올해 노벨평화상은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와 그라민 은행이 공동 수상했다. 그라민 은행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사회연대은행 운동의 효시로 무담보 소액대출을 통해 그동안 방글라데시의 빈곤 퇴치에 앞장 서 왔다.
그라민 은행과 사회연대은행은 시장논리에 따른 영리추구가 목적이 아니다. 공동체의 사회적 유용성을 그 활동의 중심에 두고 있다. 우리가 살고 세상은 시장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모든 경제적 활동은 영리 추구를 중심으로 조직되고 있다.
그런데 은행이라고 하는 경제적 활동을 하면서 영리 추구를 일차적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돈벌이에 관심이 없는 기업이 존재하고 있다는 말인데, 이는 경제학 원론의 기본적 전제를 뒤엎는 것이다.
얼마 전 동막골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있었다. 남과 북의 군인이 무기를 버리고 서로 협력하여 공동체 평화를 지킨다는, 현실에서 도무지 꿈꿀 수 없는 상황이 설정되어 있다.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기업의 존재는, 말하자면 영화적 상상력에 불과하다고 치부한 동막골이 현실로 나타난 경우라고 할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시장이 사회를 조직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믿음 구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세상사 모든 것을 시장에서 사고 팔수 있는 상품으로 만드는 일에 경쟁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사 모든 것이 이윤동기에 따라 시장에서 거래될 수는 없는 법이다. 경제학 교과서는 시장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국가가 개입하여 해결하는 단순한 방식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공권력에 의존하지 않고 민간의 자발성에 근거하면서 돈벌이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동체적 삶의 공간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라민 은행과 사회적 연대 은행의 가능성에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들은 시장도 국가도 아닌 '사회적' 해결 방식을 제시해 속물적 속성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매진하고 있는 우리의 삶의 방식에 해방 공간의 존재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점차 '사회적' 해결방식에 최근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CSR)에 관심을 가지고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시키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장에서 제공되지 못하는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시민사회단체는 사회연대은행과 생협 운동에 점차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는 한국적 모형의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을 함께 포함시킬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은 물적 자본과 인적 자본에 대응되는 것이다. 이는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물적자본과 인적자본의 투입이 필수적이지만 이와 더불어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회적 자본은 공동체의 연대의식과 관련되어 있다. 물적자본과 인적자본을 아무리 많이 투입하더라도 공동체 연대의식이 결여되면 어떠한 경제적 행위도 응집되지 못하고 모래처럼 흩어져 효율성을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이다.
이렇게 본다면 사회적 해결방식은 시장논리에 포획된 우리사회의 대안적 삶의 방식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시장 기능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사회적 해결방식의 아름다움은 정작 다른 데에 있다. 사회적 해결방식은 국가라고 하는 거대 단위를 통해 구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공동체에 기반을 둔 지역의 작은 단위에서 작동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은 여기에도 해당한다.
지역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고자 하는 노력과, 지방정부가 지역 고유의 사회적 서비스를 발굴하고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리고 지역사회단체가 사회적 기업으로의 변신에 대한 성공 사례가 제시되는 것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예의 주목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일상의 밥벌이에도 허덕이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천만에. 이러한 과정에서 축적된 사회적 자본 없는 지역경제 활성화 운운이야말로 뜬구름 잡는 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 지역 사회가 충분히 학습하지 않았던가.
김영철(계명대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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