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기업 가운데 지방 이전을 해야 할 경우 대구. 경북지역을 택하겠다는 기업이 3.3%에 불과하다는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응답한 수도권 120개 업체 가운데 대구·경북을 이전지역으로 택하겠다는 기업은 대구 3개, 경북은 단 1개뿐이었다는 것이다. 과거 민선시장 모두가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내세워 왔기에 충격은 배가된다.
이 소식은 대구시가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해 남겨 두었던 성서4차 산업단지의 외국투자기업용지에 대해 희망자를 구하지 못해 결국 유치를 포기하고 일반 분양키로 했다는 소식과 오버랩 된다. 어디 이 뿐인가. 대구가 기업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는 것은 단순 설문조사결과가 아닌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건설교통부 내부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지방으로 이전한 991개 수도권 기업 중 대구로 이전한 기업은 9개에 불과했다. 경북도 지난 6년간 수도권에서 이전한 기업이 28개였다. 같은 기간 강원도로는 377개 기업이 옮겨갔고 전북은 159개, 충남에도 153개가 옮겼다. 광역시인 부산은 60개, 대전이 50개를 가져갔으며 광주도 49개를 챙겼다.
막상 대구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을 유치한다고 요란을 떨었지만 정작 투자를 결정하는 주체인 기업들은 대구를 '기업하기 싫은 도시'로 판단했다는 이야기다.
이 와중에 지역자금의 수도권 유출은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7월말 기준 대구지역에서 조성된 자금 53조 7천억 원 가운데 14조 1천억 원이 수도권으로 유출됐다. 경북은 더욱 심각해 총수신 45조 2천억 원 중 17조 3천억 원이 수도권으로 흘러들어 비수도권 광역단체 가운데 지역자금의 역외 유출이 가장 심각하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연간 읍 규모의 인구가 다른 지역으로 유출될 정도로 대구로 들어오는 사람보다 빠져 나가는 인구순유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
곱씹자면 대구로 들어오는 사람보다 나가는 사람이 많고, 자금 유출이 심각하고, 투자하려는 외국기업은 없고, 국내 기업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 대구의 현실이다. 대구는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 경제가 좋을 리 없다. 젊은이들이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외지를 떠돌고 지역에서 인재를 찾지 못한 기업들은 지역을 외면한다. 분명한 악순환구조다. 도시경쟁력에 있어 부산이나 인천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대전, 광주에는 추격당하고 있다.
때맞춰 대구시가 경제 과학분야에 중심을 둔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교통 환경분야를 줄이는 대신 경제·과학분야 조직을 세분화했다고 한다. 경제살리기에 중점을 두겠다는 새 시장의 의지에 반기를 들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조직개편보다 공무원들의 마인드이자 능력이다. 민선 이후 대구시 경제분야에는 전통적으로 고시출신들이 포진해왔다. 하지만 시민들이 접하는 현실은 앞에서 언급한 그대로다.
10년전 대구시가 삼성전자를 성서 첨단산업단지에 유치하려다 경기도에 빼앗겼던 사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는 최근 구미시가 LG필립스 LCD 7세대 공장을 경기도 파주에 내주면서 되풀이 됐다.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는 공장이 경기도로 오게 된 것은 '경기도가 보여준 신속하고 효율적인 행정서비스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 시민들은 구호로만 외치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 실제로 기업이 몰려드는 도시를 보기를 원하고 있다. 실적을 원하고 있다. 이제는 바꿔야 할 때다. 관도 바뀌고 시민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혜택이 없으면 좋은 기업은 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오고 나면 그만큼의 경제적 반대급부를 되돌려 주는 것이 기업이다. 사양화된 섬유도시에서 전·후방 효과가 큰 현대차 공장 유치를 통해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거듭난 미국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시가 기울였던 노력과 인센티브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생산유발효과가 탁월하다면 부지에 대한 영구임대조차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각종 규제로 인해 기업유치가 발목을 잡힌다면 과감히 규제를 풀어야 한다. 특정기업 유치를 위해서라면 특혜성 조례제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구에도 내로라할 생산 기업이 있어야 경제가 살고 인재가 몰린다. 대구 경제를 선순환 구조로 바꾸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정창룡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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