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자장면과 비빔밥黨

좀 유치하지만 자장면집 풍자이야기 한 토막.

3년 6개월 전 어느 동네 자장면집 주인이 바뀌면서 새로 개업을 했다.

새 주인은 동네 사람들에게 선전광고지를 뿌리면서 지금까지 맛보았던 자장면과는 완전히 다른 맛을 '改革(개혁)'해서 돼지고기도 더 많이 넣고 감자 호박도 듬뿍 넣고 배달도 10분 이내로 신속서비스를 하겠다는 '公約(공약)'을 내걸었다. 10년 넘게 '민주반점' '문민반점' 간판만 그럴듯하게 바꿔 달아놓고는 맛도 없고 배달도 늦은 엉터리 자장면에 입맛이 떨어져 있던 주민들은 이제 제대로 된 자장면을 맛보겠구나 하고 박수쳤다.

그런데 1년도 채 안 돼 문민반점 자장면보다도 맛이 오히려 더 못해지기 시작했다.

손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집 자장면 사먹겠다는 동네사람이 10%도 안 됐다.

그 와중에 겁이 난 자장면집 주인은 다음에도 계속 장사를 해야겠다는 욕심은 있었던지 주민들에게 자장면 솜씨가 엉망인 요리팀과 서비스팀을 새로 교체해 정말 새맛을 개혁해내겠다고 또 한 번 약속했다.

이번엔 제대로 바꾸겠지 하고 자장면집에 갔던 주민들이 한 번 더 깜짝 놀랐다.

주방장하던 친구가 홀서빙 카운터에 앉아 있고 카운터 계산하던 친구는 오토바이 타고 배달을 나가고 주방 안에는 어제까지 배달하던 친구가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옆집 비빔밥집은 한술 더 떴다.

그 집도 손님이 떨어지자 간판이 잘못돼서 그러니 비빔밥집 이름을 바꿔야겠다고 나섰다. 열무만 많이 들어있는 열무 비빔밥집 대신 콩나물을 섞어 넣어서 콩나물 비빔밥집으로 하거나 아니면 콩나물은 조금만 끼워넣고 새싹을 넣어서 새싹-비빔밥집으로 해보자며 쑥덕공론이었다. 엊그저께는 자장면집 주인이 비빔밥집 원조를 찾아가 자장면과 비빔밥을 섞어서 자장비빔면 같은 걸 만들면 계속 장사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쑥덕댔다는 지레짐작 소문까지 났다.

어제오늘 노정권의 '돌려막기식' 인사와 여당의 정당개편론, 노 대통령의 DJ 전격 방문 등을 보면서 떠올려본 자장비빔밥집 諷刺(풍자) 이야기다.

국민들 지탄 속에 밀려난 전직 총리를 또 데려오고 청문회에서 문제된 전직 교육부총리를 끝까지 되불러들인 '정무특보단' 오기 인사. 입으로는 '정치개혁, 언론문제는 임기가 끝나고도 손을 놓지 않겠다'며 깨끗한 정치를 말하면서 새 장관엔 정치자금 받아먹고 구속된 범법자를 임명하는 부도덕한 인사.

그런 人事(인사)를 해놓고도 청와대 측은 '임기말일수록 호흡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라고 解明(해명)한다.

개혁정부가 대선 정치자금 받아먹은 사람과 호흡이 맞는 수준의 정부라는 뜻인지 알아듣기 힘든 해명이다.

발탁된 인사들의 능력에 대한 사소한 논란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그들 말대로 임기 끝판일수록 자기네들끼리의 호흡보다는 국민들과의 호흡을 맞추는 게 더 중요하고 야당과 국제사회와 호흡을 맞춰나가야 나라가 살아날 수 있다는데 유의하자는 말이다.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는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듯한 말을 공공연히 하고 북한은 코트도 안 벗고 있는데 혼자서 팬티까지 벗다시피한 실패한 햇볕정책을 변명하고 다니는 DJ.

지역구도 깨자면서도 그런 인물을 제 발로 찾아가는 대통령, 그런 사람들이 이 나라 정치를 주름잡는다는 현실이 슬프기까지 하다.

그러나 주방장을 배달로 바꾸고 배달을 카운터로 바꾼들 무엇하며 열무비빔밥 간판 달면 어떻고 콩나물 비빔밥으로 섞으면 그 또한 무슨 소용인가. 당신들이 아무리 교묘하게 바꾸고 비벼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것을 국민이 아는데…. 이제는 정말 다 아는데….

김정길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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