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폭력' 안일한 대응 분통…'왕따' 학부모 눈물

"고작 가해학생들을 옆반으로 보내는 것이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의 대응입니까?"

대구 모 중학교 2학년인 아들(14)이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1년 가까이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된 A씨(41·여).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지만 '가해학생의 학급 이동'으로 징계를 마무리했다는 학교의 통보를 받고 분노했다.

A씨가 아들의 왕따 피해를 알게 된 것은 지난달 중순쯤. 팔에 시퍼런 멍이 든 아들을 보자 학기 초부터 '학교가기 싫다.' '유학이라도 보내달라.'고 조르던 말이 생각나 이유를 추궁했다. 아이의 입에서 나온 끔찍한 얘기에 A씨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500원, 1천 원씩 돈 뺏기는 것은 예사더군요. 매점까지 뛰어가서 3분 만에 아이스크림 사오라고 시켜 놓고 시간 내 못 온다고 때리고, 노래부르게 해서 못 부른다고 때리고, 표정이 기분 나쁘다고 때리고…. 처음엔 두세 명이 그러다가 만만했던지 나중엔 6, 7명이 괴롭혔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가끔 입술이 터지고 안경이 부러져 돌아와도 '계단에서 넘어져 그랬다.'는 아이 말만 믿은 것이 그렇게 후회가 될 수가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진단서(2주)를 들고 학교에 피해사실을 알리고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학교 측은 이틀 간의 조사를 거쳐 지난달 27일 폭력대책위원회를 열었고, A씨는 가해학생들의 전학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위원회로부터 '주동자격인 학생 3명을 다른 반으로 이동시켰다.'는 실망스런 통보를 받았다. 떼놓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믿었던 A씨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학교 측은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가해 학생에 대해 '전학' '학급이동' '접근금지' '봉사활동' 등의 징계를 할 수 있다."며 "소행은 나쁘지만 가해 학생들이 반성하고 있고, 전학을 시킨다는 것은 한때 철 없는 짓으로는 너무 가혹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A씨는 그러나 학교 측의 무관심이 이런 화를 불렀다고 했다. "1학기 성적표에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고 적혀 있어 아이가 내성적이서 그런가 했습니다. 학교에서 조금만 일찍 관심을 가졌더라면 일이 이 지경까지 됐을까요?" 가해 학생들의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경찰서에 냈다는 A씨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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