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거액의 예산을 들여 도입한 저상버스가 시 공무원과 버스운전자들의 무관심 때문에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구지역 장애인 권익단체인 '밝은내일회'는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저상버스 11대를 대상으로 활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 승객이 버스 1대당 일주일간 1명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이 단체는 이용률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은 시 당국의 홍보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한 코스당 배정된 저상버스가 1대에 불과해 배차간격이 평균 2시간에 가깝기 때문에 시간표를 숙지하지 않고서는 이용하기 힘든 데도 대구시가 저상버스 운행시간표를 시 홈페이지에만 간략히 게재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
그러나 시간표를 숙지하고 있는 경우라도 저상버스를 타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버스가 시간표에 공지된 시간에 정류장에 도착하는 경우가 워낙 드물어 일부 장애인들은 운행시간이 매일 바뀐다고 착각하고 있을 정도인데다 저상버스는 다른 버스보다 동체가 다소 길 뿐 외관상 큰 차이가 없어 쉽게 알아보기 힘든 까닭이다.
또 버스운전자들이 정류장에 장애인이 있어도 버스에 타겠다는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멈추지 않은 채 그냥 지나쳐 버리는 문제도 장애인들이 버스를 타기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중증 지체장애인의 경우 일반인과 같이 손을 흔드는 등 방법으로 버스에 타겠다는 의사를 밝히기 어렵기 때문에 선진국 등에서는 정류장에 장애인이 있을 경우 버스 운전자들이 버스에 탈 것인지 의사를 직접 묻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한 지체장애인은 "저상버스가 도입됐다는 말을 듣고 매일 아침 버스를 타러 나갔지만 다섯 번에 한 번 정도밖에 버스를 잡지 못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밝은내일회는 "따라서 저상버스가 지나는 정류장마다 시간표를 부착하고, 저상버스라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다른 색으로 따로 도색하거나 표시를 붙이는 한편, 버스 운전자들에게 장애인 승객 배려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그러나 "저상버스는 장애인만 타기 위해 도입한 것이 아니다"라며 "일반 승객들이 버스에 타는 것을 꺼릴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용이라고 따로 표시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난색을 표했다.
밝은내일회는 이에 대해 "일반인이 타는데 장애인이 방해가 되기 때문에 장애인이 버스에 타는 것이 꺼려진다면 애초 무엇 때문에 국민의 세금을 12억원이나 들여 저상버스를 도입했냐"면서 "시 공무원들의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 비판했다.
현재 대구지역에 도입돼 운행중인 저상버스는 모두 11대로 저상버스 1대를 도입하는 데 드는 비용 1억8천여만원 가운데 1억2천여만원은 국비와 시비 등 예산에서 지원된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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