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 12일 오후 영주 선비촌 두암고택에서 80대 노부부가 결혼 60주년을 기념하는 금강혼식(전통혼례)을 올려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초겨울의 기운이 완연한 선비촌엔 찬 기운이 맴돌았지만 초례청엔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곽순명(82·영주시 풍기읍) 할아버지와 우귀분(77) 할머니를 비롯한 자녀(2남 2녀)와 홀기(진행), 집사, 수모, 하객들로 북적댔다. 홀기를 맡은 송택동(49) 씨의 낭랑한 목소리로 결혼식은 시작됐다.
예복을 차려입고 연지·곤지를 찍은 70대 노 신부는 어색한 웃음으로 신랑을 맞았다. 선비촌에 나들이 온 관광객들도 하객으로 나서 결혼을 축하했다.
초롱둥이 청사초롱은 쌍둥이 손자가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금강혼식을 축하했고 기럭아비 맞이는 생략(장인·장모 없음)했다.
신랑은 신부에게 절을 두 번 올려 예를 갖췄고 신부는 잘 차린 한복을 입고 혼례상 앞으로 다가섰다. 긴장한 탓에 체력이 떨어진 노부부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의자에 앉은 채 결혼식이 진행됐지만 시종 흐뭇한 표정이었다.
수모(신부 옆에서 절을 도와주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절을 하는 신부의 어색한 몸짓과 표정에 하객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자녀들의 축가(부모님 은혜)는 하객들의 부러움을 샀다.
금강혼식을 치른 우 할머니는 "자식들이 부모를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 너무 고맙고 보람있다."고 즐거워했다.첫딸 송자(50) 씨는 "오늘 이렇게 하지 않으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아 형제들이 뜻을 모아 오늘 행사를 마련했다."며 "두 분 모두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만수무강을 빌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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