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버스 기사 A씨(53·대구 동구 동촌동)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용객은 없는데 전세버스는 늘고 기름값도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까지 왕복 50만 원을 받아도 기름값, 통행료, 식비, 차량점검비를 빼면 20만 원도 남지 않는다고 했다. 7년 전 45인승 중고 관광버스를 8천만 원에 사 할부도 다 갚지 못했다는 그는 "하루 20만 원이라도 일만 있으면 걱정도 없겠다."며 "예년엔 한 달에 4, 5일 쉬고 일했는데 성수기였던 10월에도 12일밖에 못 나갔다."고 푸념했다.
전세버스가 경영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1993년 전세버스 사업이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무려 4배이상 버스가 늘어난데다 불경기에 각종 규제 등까지 겹쳐 이용객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양철수 대구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전무이사는 "선거철 특수도 사라졌고 경기침체로 나들이 단체도 크게 줄어 가을철 관광버스 특수는 옛말이 됐다."고 했다. 한 전세버스 업체도 "소그룹별로 모집하던 행락객의 단풍놀이, 야유회도 자가용에 빼앗겨 요즘은 전세버스 절반을 회사 출퇴근 차량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업체와 운전기사 모두 죽을 맛이다. 1억 5천만 원이나 하는 차량(45인승)을 세워두기 일쑤고, 경쟁사보다 싼 값으로 고객유치에 나서는 '덤핑 업자'로 인해 서로 피해를 보는 것도 한 이유다.
한 지입차주(47)는 "일당으로 기름값만 받아도 영업하겠다는 차주들을 어떻게 말리겠느냐."며 "알음알음으로 단골을 유치하지만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성근 대구전세버스노동조합 사무국장은 "대구의 경우 500~600대 정도가 적정한 전세버스 수인데 2배 이상 많은 1천300여 대가 영업중이어서 업체와 차주 모두가 힘들 수밖에 없다."며 "행정기관의 지원이 힘들다면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이라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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