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로운 죽음' 유가족, 2년간 소송 끝에 '승소'

동료를 살리고 자신은 목숨을 잃은 의로운 40대의 유가족들이 힘겨운 2년간의 법적 소송 끝에 고법에서 승소, 사실상 의사자로 확정됐다.

지난 2001년 11월29일 밤 11시쯤 문경 마성면 오천리 마성농공단지 입구에서 고(故) 한정욱(당시 44·건축업·마성면 신현리) 씨는 야간자율방범활동을 벌이기 위해 동료가 운전하는 승합차에 탑승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한 씨는 사고 충격으로 심한 뇌손상을 입었지만 그런줄도 모르고 중상을 입고 쓰러진 동료의 구조활동을 벌였다. 얼마 뒤 후송된 동료는 수술를 통해 목숨을 건졌으나 한 씨는 응급치료가 늦은 탓에 급성뇌혈압 저하증세로 생명을 잃었다.

남편을 잃은 아내 박해순(44)씨는 학교 조리실 보조로 일하며 자녀 2명을 키우는 등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다 의사자 신청 3년 시효 만료 3개월여를 앞둔 2004년 8월, 지역의 시민운동가 김석태(56) 씨의 도움으로 법적 소송을 준비했다.

그러나 박 씨가 보건복지부에 낸 의사자보호신청이 불인정 처분을 받고, 2005년 1월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의 행정심판에서도 기각됐다. 박씨 등은 당시 주치의와 경찰 조사기록을 통해 '구조활동을 벌인 한씨가 좀 더 일찍 후송됐다면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는 증빙자료를 확보, 같은 해 5월 서울행정법원에 법률구조신청을 해 '의사자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받았고 보건복지부가 항소했지만 2심도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 씨는 "숨진 남편의 명예로운 죽음이 인정돼 다행"이라면서 "정부 보상금이 지급된다면 대학에 다니는 자녀들의 공부를 마칠 수 있게 돼 저승의 남편도 기쁘할 것"이라고 울먹였다.

문경·박진홍기자 pj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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