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갈등으로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까지 정부에 각을 세워 국회에 출석한 국무위원·정부 관계자들이 고립무원(孤立無援)되고 있다.
29일 국회 제 11차 예산결산위원회 전체 회의장. 오후회의 개회시간은 2시인데 30여분 전 부터 대부분 국무위원들은 여야 의원 아무도 없는 텅빈 회의장에서 지리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장관과 점심 같이 하자고 하는 의원들도, 오찬 요청에 응하는 의원들도 없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국회 복도에서는 각 부처 직원들의 장탄식이 이어졌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의원들까지 목줄을 잡고 흔드니···." "어디 기댈 곳도 없고 완전 고립무원 신세"라는 등 여당의원들도 이제는 동지가 아니라는 말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실제 이날 예결위 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은 정부 실정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만 쏟아냈다. 부동산 대책, 출자총액 제한, 이라크 파병문제 등에 대해서는 오히려 야당의원들은 조용한 반면 여당 의원들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관계 부처를 질타했다.
여당 의원들은 또 2천여억 원 규모의 건설교통부 균특회계 및 산업자원부의 무역조정사업비 등을 지적하며 부처 예산삭감에도 경쟁적이었다. 여당이 정부부처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더욱이 여당의원들은 정부부처에서 국회에 파견된 '연락관'들에게 사전 질의서도 일절 주질 않아 정부 관계자들의 회의에서 답변을 제대로 못하지 사태도 벌어졌다. 그 때마다 여당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답변이 왜 이렇게 늦느냐?" "시간끌기로 질의시간을 떼우려느냐?"며 면박줬다.
정부 한 관계자는 "'권력누수' '레임덕' 현상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공무원들 체면은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탄식했다. 최고 통수권자에 대한 정치권의 반감이 현직 공무원들에게 그대로 전이되는 현주소를 보는듯 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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