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한의대학교 변정환 총장과 한정식당 '세종'

민족의 태동과 함께 시작된 한의학은 5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반면 서양의학이 들어온 지는 90여년입니다. 단순 숫자의 비교를 떠나서라도 한의학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온 문화유산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경락과 기혈, 침과 뜸으로 대표되는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법이 서양의학의 기교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법에 밀려 설움 아닌 설움을 겪고 있는 점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한정식당 '세종'에서 대구한의대학교 변정환 총장(74)을 만나 한의학이 보는 질병관점과 치료 및 비움의 건강학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일본 강점기 때 독립운동지사들 중 한의학자들이 많았죠. 당시 지식인들은 대개가 한학자였기에 한의학을 익혀 민초들의 건강을 지키고 독립자금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변 총장이 일본에서 공부하던 시절 도쿄 인근 고서점에 우연히 들렀다가 발견한 '한의학 말살사'에 따르면 일제는 독립운동의 원천봉쇄를 위해 한의학을 억압하고 서양의학을 권장하는 정책을 폈다.

"인체를 소우주 또는 대자연의 일부로 보는 한의학에서 몸이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면 병이 든 것이요, 섭리에 맞으면 건강한 거죠. 이 때문에 건강하려면 자연법칙에 역행하는 일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섭리를 벗어난 일은 비단 개인에 국한된 일만은 아니다. 동식물을 키우며 농약과 항생제, 성장촉진제 등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일도 결국엔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런 뜻에서 제 단골집인 세종은 우선 음식재료를 믿을 수 있어요. 주인이 직접 농장을 경영하며 길러낸 보리와 콩, 채소로 음식을 만들어 냅니다. 자연 그대로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식단이 이 집의 장점이죠."

그는 10여년 째 하루 한 끼 식사만 하고 있다. 육류는 피하고 채소위주의 자연식단을 즐긴다. 가끔은 단식을 통해 '비움의 건강'을 몸소 실천한다.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장시간의 진료와 강의를 누구보다 정열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은 그의 비움의 건강학에서 비롯된다.

50대 중반의 만학도로서 서울대보건대학원에서 젊은 학우들과 함께 과정을 끝낼 수 있었던 것도 단식의 힘이 크다.

"단식은 (밥 먹는)시간을 벌어줄 뿐 아니라 머리와 눈이 맑아져 공부 능률도 높여줬죠. 육신이 정신을 제대로 받들 때 건강을 보증 받는 한편 정신 또한 육신을 지배할 때 지성도 꽃을 피울 수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테이블보에 사람 인(人)자를 쓴 변 총장은 왼편 획을 정신으로, 오른 편 획을 육신이라고 했다. 정신과 육신이 서로 의지함으로써 온전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나름의 자전적인 해석이다.

그래서 인지 그는 채움보다는 비움이 삶의 진리이자 한의학적 진료의 귀감으로 삼고 있다.

"전구가 빛을 낼 때 안이 진공상태가 되지 않으면 빛이 나지 않듯 사람도 마음을 비우면(욕심을 버리면) 빛이 납니다. "

환자를 척 한 번보고 병을 알아내면 신의(神醫), 음성을 듣고 진단하면 성의(聖醫), 증상을 물어 보고 병을 알면 공의(工醫), 진맥을 하고 온갖 조사를 다해 병명을 알아내면 교의(巧醫 )라 한다. 이 중 신의와 성의는 흔히 말하는 명의(名醫)의 반열에 있다. 여기에 덧붙여 환자의 병과 몸 상태를 알기 전 마음을 먼저 알면 참 명의라고 할 수 있다.

변 총장은 바쁜 일상 중에서도 점심시간을 아껴 일주일에 한 번 사회인을 상대로 한 주역강의를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정식당 세종

'밥상에도 품격이 있고 계절이 있다.'

중구 남산 3동 프린스 호텔 맞은 편 한정식당 세종은 주인이 음식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갖고 10년째 한결같이 참살이 식단을 제공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곳 식단은 튀기거나 볶은 메뉴를 구경하기 힘들다. 모든 음식은 최소한의 가공에 최대한의 본래의 맛을 살려 제공한다는 원칙 때문에 5천 여 평의 농장을 경영하며 다양한 식재료를 직접 공급받고 있다.

가정집을 식당으로 꾸며 내 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도 한 몫을 한다. 최근엔 환경사람음식점으로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의:053)253-0118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작성일: 2006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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