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나루를 찾아서

나루를 찾아서/박창희 지음/서해문집 펴냄

나루는 우리에게 어떤 곳이었나. 지금은 쇠잔하게 늙어가는 나루이지만 한때 걸쭉한 막걸리 들이키던 주막이 있었고 청춘남녀의 눈물어린 이별 장소였을 테다. 우리 역사의 흥망성쇠를 함께 해온 나루를 집중 조명한 책이 나왔다.

낙동강에는 일찍부터 나루가 흥했다. 1천300리나 되는 긴 길인만큼 나루도 많았고 사연도 깊다. 1980년대 초 까지만 해도 무려 100여개의 나루에서 배가 움직였다고 한다. 이 수백개의 나루들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역할과 모습을 보여줬다. 선비들의 독특한 풍류가 숨쉬고 군사, 지리, 산업, 교통의 거점 구실을 하기도 했다.

나루는 서민들에게도 정한이 어린 장소였다. 주민들은 아직 흥청거리던 나루 주막의 풍경을 기억하고 있다. 신정마을 사람들은 신주막에서 보부상과 큰 상인들이 도박을 하고 계집질도 했다고 회상한다. 부산구포나 명지의 소금배가 들어와 정박하는 날에는 하룻밤 사이에 소금을 도박과 계집질로 탕진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이땅의 수많은 나루들이 소리없이 사라져가고 있다. 개발이란 이름에 밀려난 것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나루만이 아니라 나루의 문화요, 나루에 실려 전하던 삶의 향기이며 느림의 시공간이다. 295쪽. 1만3천500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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