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어 교사 40여 명이 1박 2일로 문학 기행 지도 역량 배양을 위한 연수를 다녀왔다. 옥천을 중심으로 정지용, 오장환의 문학 세계를 살펴보고, 법주사 구석구석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보았다.
이처럼 선생님들은 자기 개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계신다. 각종 연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기본이다. 개인적으로 전공 교과목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야간 대학원에 다니는 분도 많다. 또, 교과나 생활 지도 등 교육 활동 내실화를 위한 영역을 정해 정기적으로 사례 발표, 토론 등을 하고 계시는 분도 많다.
반면, 극소수 자기 개발에 소극적인 분도 있다. 오래된 일이지만, 장학지도 때 이런 선생님을 만났다. 수업 참관 시간인데, 칠판에는 아무런 내용도 씌어 있지 않았다. 학습할 단원의 제목도, 학습목표도, 내용도 씌어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매체가 동원된 수업도 아니었다. 70년대 교실처럼 책을 읽으면서 구절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시간 내 학생 활동은 전혀 없었다.
수업을 한 선생님들이 모여 협의회를 시작하기 전 그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국가로부터 자격증을 받았기 때문에 누가 내 수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남의 수업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요지였다. 순간 협의회 분위기는 어색해졌다.
장학의 필요성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말씀드렸지만, 표정으로 보아 전혀 받아들일 마음가짐이 아닌 듯했다. 그분 요즘도 그런 생각인지 궁금하다. 극히 소수의 이분 같은 선생님들께는 다음 이야기도 마이동풍이 될까?
오랜만에 선배가 경영하는 치과 의원을 찾아갔더니 휴업 중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지 오래되어 새로운 치료 방법을 배우기 위해 휴업했다고 했다. 치과 치료에서도 '임플란트(implant)' 등 새로운 치료 방법이 개발되었고, 관련 재료들도 엄청 발전을 했다고 한다. 학교 때 배운 것만으로는 환자의 치료 만족도를 높일 수 없어 선택한 전문성 신장 노력인 것이다.
방송국을 방문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는데, 그때마다 대본 읽기에 열중인 리포터, 아나운서를 만날 수 있었다. 어떤 이는 기둥 뒤에 서서 큰소리로 리포트 할 내용을 읽고 또 읽고 하면서 여러 차례 연습을 하고 있었다. 또 다른 어떤 이는 책상에 앉아 뉴스 페이퍼를 수차례 실제처럼 읽고 있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후배는 매일 아침 영어회화를 배우러 학원에 들렀다가 출근한다고 했다. 회사에서도 자기 개발에 필요한 지원을 해 주지만, 치열한 경쟁 대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교직 사회의 근무 여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 선생님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의 전문성을 확실하게 다지는 게 살길이 아닌가 싶다. 부단히 자기 연찬을 하고, 전문성 신장을 위해 노력한다면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는 교직 풍토는 이룩될 것이며, 사회 일반의 존경심도 살아날 것이다.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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