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19일 대선 D-365일을 맞아 내놓은 신년 사자성어(四字成語)에 이목이 쏠린다. 열린우리당은 무심운집(無心雲集·마음을 비우면 구름이 모인다), 한나라당은 쾌도난마(快刀亂麻·잘 드는 칼로 헝클어진 삼 가닥을 자른다)로 내년 대선을 앞둔 당내 기류와 각오 등을 엿볼 수 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비워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1년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뒤 "대선 승리 4주년을 맞은 심정은 참담하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부동산 대책 등 잇단 정책혼선으로 당·정·청 간의 갈등이 확산되면서 비난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 지도부가 정계개편 당위론을 역설하고 있는 저변에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려는 고민도 묻어 있을 것이다. 정치권의 합종연횡을 주도, 지지 세력을 확산시키는 게 시급하다는 인식을 했을 수 있다. 그러나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 간에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어 정계개편 구상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 그리고 당초 의도대로 관철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직은 '마음을 비울' 각오가 덜 된 때문일까?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내년 대선이 쾌도난마처럼 되기를 바란다."며 "대권경쟁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는 않고, 국가안보와 국민경제를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한 정책개발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당에 대한 지지도가 상종가를 치고 있기 때문인 듯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러나 마냥 그렇지만도 않을 것 같다. 여론 지지도라는 게 대선을 1년이나 남겨 두고 있는데 어느 정도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오히려 예선(후보 경선)이 본선(대선)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짐으로써 경선을 조기 과열시키고 있다는 점을 우려해야 하지 않을까? 경선 과열로 각 세력 간 갈등을 초래할 경우, 내분으로 치닫기 전에 '쾌도난마'를 할 수 있을지도 장담키 어렵다. 1년 후 무심운집과 쾌도난마 중 어느 쪽이 웃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서봉대기자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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