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도 싸움소 아만세 "내년엔 꼭 우승"

내년 성적 좌우할 동계훈련 '비지땀'

머리 부분이 성한 곳이 없는 싸움소 '아만세'와 주인 예병권(45·청도 이서면 가금2동) 씨. 3일에 한 번씩 오르는 산을 타고 막 내려온 참이다. 가쁜 숨을 내쉬는 예 씨와 '아만세'의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쏟아진다. 내친김에 타이어를 매고 넓은 논을 내달린다. 땀과 먼지가 범벅이 되면서 '아만세'의 입에서 흘러내리는 침과 뒤섞인다. 마무리 훈련은 목 근육 단련을 위한 통나무 들이받기. '아만세'가 있는 힘껏 통나무를 냅다 지른다. 통나무는 매끄럽다 못해 반지르르하다. 훈련은 벌써 3시간째에 들어섰다. 그제야 예 씨의 얼굴에 미소가 살짝 번진다.

싸움소의 동계훈련은 혹독하다. 11~2월까지는 대회가 없는 기간. 프로야구 선수들의 동계훈련처럼 이때의 훈련이 내년 성적을 좌우한다. 이런 동계훈련 3, 4년을 거쳐야 싸움소로서 비로소 눈을 뜨게 된단다. '신인발굴'도 겨울에 이뤄진다.

"하루 해가 언제 가는지 모른다. 어지간히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싸움소 키울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게 예 씨의 설명이다. 육우 100여 마리를 키우는 예 씨는 싸움소 2마리를 키우는 정성이면 육우 100여 마리 정도는 문제도 아니라고 했다.

싸움소 사육은 부모님 밥상 차리듯이 사료 대신 콩이며 콩깍지 등을 넣은 화식(소죽)을 끓여 먹여야 하고 특별한 놈은 한약 투자도 해야 한다. 그가 키우는 7마리 중 지난해 4강까지 오른 '아만세'는 특별대우를 받는 경우다. '주몽', '대한', '포청천' 도 애착이 가는 싸움소.

2002년 말 고향으로 귀농한 예 씨는 육군 소령의 직업군인 출신. 지난 90년 예편 후 영천에서 한약재료상을 운영하다 소싸움에 빠져 축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4년간 모친에게는 비밀로 하며 그동안 30여 차례 대회에 출전했다. 청도·대구를 비롯, 진주·의령·김해·완주·정읍 등 전국 10개대회를 누볐다.

대회 때마다 필요한 준비물이 짚, 솥, 가스 등 차 한 대 분량. 한 대회 출전 경비만 대략 60만~80만 원 선. 그러나 탈락하면 '땡전'도 건질 수 없는 게 소싸움판이다. 짐 끈을 묶으면서 언제나 4강, 우승을 꿈꾸지만 덩치 큰 놈을 만나 1회전에 나가떨어지면 그야말로 허탈하다고. 그러나 싸움에 진 소가 먼저 알고 있기에 내색조차 못하고 승부욕만 더 타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귀와 눈·뿔이 좋고, 몸체가 긴 소가 싸움소의 조건. 500만~600만 원에 구입한 무명소가 훈련과 실전 끝에 우승을 하면 값은 단박에 2천, 3천만 원으로 부르는 게 값이 된다. "소싸움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날 수 없게 된다."는 그는 "전국의 이름난 소와 겨뤄 내년엔 꼭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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