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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를 뒤흔든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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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에서도 음모론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이나 전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망사건, 9.11 테러 등 과거사에 얽힌 음모론이 비등했는가하면 러시아 정보기관의 암살 배후설처럼 현재형도 등장했다.

◇ 9.11 테러는 미국 자작극

지난 6월부터 구글 등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된 영상 다큐멘터리 '루스 체인지'(loose change)가 도화선이 됐다. 물론 앞서 마이클 무어의 영화 '화씨 9.11'이나 프랑스 언론인 티에리 메이상이 2002년 펴낸 '무시무시한 사기극'도 9.11 테러의 미국 배후설을 지적하고 있지만 '루스 체인지'는 보다 직접적으로 미국 정부의 개입 의혹을 적나라하게 고발해 관심을 끌었다.

주요 내용은 △세계무역센터 건물 붕괴는 내부 폭발물 때문이며 △펜타곤과 펜실베니아에서 충돌'추락한 비행기 잔해가 없다는 것은 조작의 증거이며 △테러 덕분에 부시 정부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며 막대한 석유 이권을 챙겼고, 군수업체도 회생했다는 것이다.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테러로 이득을 챙긴 사람들이라는 대목에서는 상당 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세계무역센터 건물주인 래리 실버스테인이 사건 발생 6주전 35억 달러짜리 테러보험에 가입한 뒤 건물을 샀고, 이후 22억 달러라는 막대한 보험금을 받았다는 점과 사고 항공사들이 공교롭게도 테러 발생 전 '풋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특정 시점에 거래하는 것) 주식거래로 엄청난 이익을 취한 점은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는 어렵다. 9.11의 진상 규명은 역사 속에 남겨지게 됐다.

◇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 암살설

지난 1997년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다이애나 사건에 대한 최종 보고서 발간에 즈음해 영국 BBC는 그간의 음모설에 얽힌 내용들을 정리했다. 왕세자비가 연인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고, 조만간 약혼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누군가 암살했다는 것이 주내용.

세부적으로는 △사고 당시 차를 몰았던 운전사 앙리 폴은 경찰 조사와 달리 실제로 음주상태가 아니었고 △앙리 폴은 영국 정보기관인 MI6의 비밀요원이며 △다른 승용차가 고의적으로 다이애나의 차와 충돌해 사고를 일으켰고 △사고 현장에서 6km 남짓 떨어진 병원으로 옮기는데 2시간이나 걸린 것은 충돌 현장에서 즉사하지 않은 다이애나를 숨지게 하기 위해서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물론 BBC는 이런 의혹에 대한 반론도 조목조목 제시했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에도 불구, 암살 음모론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 러시아 정보기관의 암살 음모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호에서 러시아 정보기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임기 만료 후 안정적인 정권 유지를 위해 해외에서 잇딴 테러를 감행했을 수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체첸 공화국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자행된 잔혹한 고문과 인권유린 행위를 폭로하려던 '노바야 가제타'지의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 여기자가 숨지고, 영국에서 망명하며 반 푸틴 활동을 벌이던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부 요원 알렉산드로 리트비넨코가 독극물 중독으로 숨졌으며, 예고르 가이다르 러시아 전 총리가 독극물에 중독된 일련의 사건에 러시아 정보기관이 있다는 것.

헌법상 금지된 3선에 오르려는 푸틴 대통령(또는 측근들을 중심으로 한 '크렘린 권력')이 반체제 인물의 테러를 배후에서 지시했다는 것이다. 실제 크렘린 권력은 푸틴이 아닌 다른 인물이 정권을 잡을 경우, 자신들이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타임지는 지적했다. 여전히 러시아는 구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 즉 KGB가 장악하고 있는 것일까?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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