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겨울이 깊어가니 밤도 깊어가는구나. 오늘은 많은 이야기를 남긴 숙종 임금 이야기를 들려주마.
숙종이 백성들의 살림살이를 살피려고 길을 떠나 수원성 아랫쪽 냇가를 지날 무렵이었대. 허름한 시골 총각이 관 하나를 옆에 놔두고 슬피 울면서 땅을 파고 있더래. 그런데 그 자리는 팔수록 자꾸만 물이 솟아올랐대.
"여보게, 이렇게 물이 솟아나고 있는데 어찌 묘를 쓰려고 하는가?"
"저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어머니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갈처사라는 노인이 찾아와 절더러 이 자리에 꼭 묘를 쓰라고 일러 주셨습니다."
숙종이 가만히 듣자하니 갈처사라는 지관이 괘씸하기 짝이 없었지.
숙종은 궁리 끝에 지니고 있던 지필묵을 꺼내어 몇 자 적었대.
"여기 일은 내가 보고 있을 터이니 자네는 얼른 이 서찰을 수원부로 가져가게."
총각은 또다시 영문을 모른 채 급한 발걸음으로 관가로 달려가게 되었지.
"어명! 수원부사는 이 사람에게 당장 쌀 삼백 가마를 하사하고, 좋은 터를 정해서 묘를 쓸 수 있도록 급히 조치하라."
"아니! 상감마마, 그 분이 상감마마였다니!"
총각은 냇가에서 자기 어머니 시신을 지키고 서 있을 임금을 생각하고는 몸둘 바를 몰랐지.
한편, 숙종은 갈처사를 단단히 혼내 주려고 갈처사가 산다는 산마루의 허름한 오두막을 찾아갔어.
"나는 한양 사는 선비인데 그대가 갈처사 맞소?"
"그렇소만 무슨 연유로 예까지 찾아왔소?"
"듣자하니 당신이 물이 펑펑 솟아나는 냇가에 묘를 쓰라고 했다던데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이요? 어찌 그럴 수가 있단 말이오?"
그러자 갈처사가 도리어 큰소리로 야단을 쳤대.
"모르면 가만히 있으시오. 거기는 묘를 쓰기도 전에 쌀 삼백 가마가 생길 정도로 좋은 명당이오. 그러니 물이 있으면 어떻고 불이 있으면 어떻소."
숙종의 얼굴은 그만 새파랗게 질려버렸지.
"영감님이 그렇게 잘 아신다면 저 아래 고래등같은 집에서 떵떵거리며 살지 왜 이렇게 허름한 오두막에서 산단 말이오?"
"그 무슨 소리요? 저 아래 것들은 남을 속이고 도둑질이나 하는 자들이 아니오? 그런 돈은 소용없소. 그래도 여기는 나랏님이 찾아올 명당이란 말이오. 아니 그러고 보니 바로 오늘이 그 날! 아이고, 그렇다면……. 이 무례함을 용서하소서."
갈처사는 손가락을 꼽아보더니 벌떡 일어나 숙종에게 큰절을 올리는 것이었어.
"괜찮소이다. 그보다 내가 죽은 뒤에 묻힐 자리나 하나 잡아주시오."
이렇게 하여 갈처사가 잡아준 곳에 훗날 숙종의 릉이 들어서게 되었는데, 바로 지금의 서울 서북쪽에 자리한 '명릉'이라고 하는구나.
그 후, 숙종은 갈처사에게 3천 냥을 하사하였으나, 노자로 30냥만 받아들고는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가 버렸다는 구나.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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