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역사 속에서, 각국이 과학기술을 부흥시켰던 시대는 부강했고, 소흘히 취급했던 시기에는 세력을 급속히 잃어가는 것을 보아 왔다. 우리는 1953년 1인당 GNP 67달러의 최빈국에서, 반세기가 지난 지금 1인당 국민소득 1만6천291달러의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발전을 했다.
이러한 발전은 우리 국민들의 교육열에 힘입은 이공계 인재의 양성과 조국 근대화의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나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각 지자체의 경제도 그 지역의 과학기술 인프라에 달려있다. 금년 국회에서 국립대구과학관건립을 위한 예산이 확정된 것은 대구 지역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구국립과학관은 지역의 과학문화 확산과 특화산업 발전방향 제시, 첨단기술동향 포탈 역할 등을 통해 대구지역의 경제·산업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과학문화기관으로서의 역할은 당연한 것이다.
독일의 뮌헨이 경제적으로 든든한 세계적 공업도시가 된 데는 과학관을 도시 한가운데 건설하여, 시민들이 과학기술의 실체를 접하고, 관심과 친근감을 갖게 하여, 지역발전에 필요한 산업에 대한 인식을 깊게 하고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뮌헨의 '도이췌 뮤지움'(Deutsche Museum)이 그것이다. 이 과학관은 1920년대 설립돼 그 지역과 독일 전역에 과학마인드 확산과 과학기술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같이 지역 발전을 지향하는 과학관이 되기 위해서는 전시품들에 대한 다음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전시품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산업과 미래지향 산업과 연관된 전시품이 선정되어야한다. 대구의 경우 첨단 섬유기술 전시품, 미래전자산업 관련 전시품이 될 수 있다. 둘째, 전시되는 전시품의 과학원리가 어린학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셋째, 전시하는 전시품은 박물관의 유물처럼 진품일 필요는 없다. 관련 원리를 재미있게 구현하면 족하다. 넷째, 관람이 재미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흥미와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체험과 예술성이 함께 있어 과학 특유의 딱딱한 분위기를 배제한 가상체험과 재미있는 게임 등을 통해 과학적 현상이 자연스럽게 뇌 속에 기억되도록 구성되어야한다.
다섯째, 같은 원리의 전시물이라도, 흥미의 감(感)을 더해 갈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관람객들이 다시 오고 싶도록 적당한 주기로 교체되어야 한다. 여섯째, 어린학생들이 우리나라의 과학발전 과정에 대한 바른 안목을 갖도록 하는 가치관 형성에도 기여해야 한다.
문헌상, 우리의 금속활자는 1377년 직지심경을 인쇄했고, 독일의 쿠텐베르그는 1456년 성경을 인쇄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금속활자가 독일보다 앞섰다고 주장하는 근거이다. 중국은 자기들의 인쇄문화가 서양보다 1000년 앞서 번창했고, 그러한 문화가 유럽으로 전파되어 독일의 구텐베르그 금속활자가 나온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각국의 주장 속에서 우리의 기술발전 과정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세계화 시대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에게는 필요하다고 본다.
일곱째, 그 지역 문화 속에 있는 선조들의 우수한 과학적 슬기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는 역할도 꼭 필요하다. 경주 석굴암이 토함산 꼭대기에서 풍화작용에도 불구하고 1000년 이상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샘물 위에 축조되었기 때문이다.
샘에서 나오는 수증기가 겨울에는 석굴암 내부를 따뜻하게 보온해 주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하여, 석조의 팽창·수축 막아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선조들의 과학적 슬기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켜 과학이 문화발전의 바탕임을 깨닫게 하는 것도 과학관 설립의 주요한 취지 중의 하나일 것이다. 대구국립과학관 건설이 대구지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과학기술 비약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적극 성원한다.
김동주(과학기술부 국립중앙과학관 홍보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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