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린우리당 '당헌개정 효력 정지' 그 이후는?

탈당 가속화 될 듯

열린우리당 전당 대회준비위가 대통합신당을 추진키로 결정했으나 19일 당헌 개정안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면서 2월 14일 예정의 전당대회 개최여부가 불투명해지는 등 통합신당 작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열린우리당내에서는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은 물론이고 선도탈당론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오는 전국 각 지역구에서 치러지는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옛 당원협의회 회장) 선거도 전면 중단됐다. 또한 전국 시·도당 별로 선출하는 시·도당 위원장 선거 역시 무산될 위기다.

◆충격에 빠진 여당=법원의 판결에 대해 여당은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였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내놓은 전당대회 의제 등을 비대위가 19일 오전 추인한 뒤 몇시간 지나지 않아 나온 것이어서 열린우리당의 무력감은 더했다.

김근태 의장은 "국민 여러분이 걱정하지 않도록 난관을 잘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으나, 일부 비대위원들은 "창피하다. 비대위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인책론을 제기했다.

통합신당파인 최재천 의원은 "당의 정치적 문제가 법원으로 갔다는 것 자체가 당이 자정능력을 잃었다는 것"이라고 지도부를 비난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본회의와 긴급회의, 의원총회까지 열었지만 당의 혼란상을 극복할 만한 묘안을 찾아 내지 못했다. 당과는 별도로 당 사수파와 통합신당파 의원들이 각기 모여 별도의 대책마련에 들어가는 등 당의 분열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전당대회 물 건너가나?=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심야 회의를 열고 기초당원제로 전당대회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전당대회가 치러지지 않으면 탈당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등 당이 공중분해 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계획이다. 중앙위원회를 다시 소집해서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비대위에 당헌당규 개정안을 부여해야 한다. 힘 잃은 신당파가 전체 구성원의 3분의 2 이상을 동의를 얻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종전과 같은 기간당원제로 전당대회를 치르는 방법도 있지만 당 사수 의지가 높은 기간당원들이라서 통합신당을 추인할 가능성은 더욱 낮다. 실제로 가처분 신정을 냈던 기간당원들은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대 준비위 결정사항이 무효인 만큼 전당대회 연기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지역선거도 전면 중단=열린우리당 중앙당은 오는 25일까지 전국 시·도당 별로 치러지는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단 선거 작업도 전면 중단할 것을 각 지역구에 통보했다. 당원협의회운영위원장단 선거는 비대위가 개정한 당헌·당규상에 의거한 것이기 때문에 가처분신청 결과 위법으로 판결났다.

대구·경북에서는 27개 지역구에 걸쳐 실시하려던 운영위원장, 여성위원장, 청년위원장 등 운영위원장단 선거가 19일 전면 중지됐다.

대구시당의 경우 12개 지역구에 걸쳐 15명의 운영위원장 후보와 8명씩의 여성·청년 위원장이 17일 현재 등록돼 있던 상태다. 후보군에는 이강철 청와대 정무특보, 김태일 대구시당위원장 등 지역내 굵직한 여당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선거지원을 위해 대구에 내려와 있던 박현무 중앙당 총무국장은 "여당 불모지인 대구에서 조직 확산을 위해 열심히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데 난데 없이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라며 "중앙당 지도부의 판단력 부족 때문에 지금까지 엉뚱한 곳에 당력만 낭비한 꼴이 됐다."고 말했다.

◆탈당 움직임 가속화='선도탈당'을 주장해 온 일부 의원들은 "전당대회가 제대로 열리기 어렵다."며 20일 오후 별도의 모임을 구성키로 하는 등 탈당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당이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 비상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전당대회 이전 탈당 의사를 밝혔다. 선도탈당을 처음으로 제기한 염동연 의원이 조만간 결행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집단탈당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탈당규모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주승용 의원은 "나를 포함해 탈당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의원들이 40여명에 이른다."고 말했고, 이계안 의원은 "당내 탈당을 생각하고 있는 4개 그룹이 있다."며 탈당 도미노를 예고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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