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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옥입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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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노년층 여성들 사이에 오간다는 유머 시리즈다. '장가간 아들은?'-'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며느리는?'-'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딸은?'-'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아들과 딸, 며느리와의 관계를 대중가요 제목을 빌어 절묘하게 표현했다.

또다른 '아들' 버전은 꽤나 시니컬하다. '잘난 아들은?'-'국가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장모의 아들', '빚진 아들은?'-'내 아들'. 처가와 더 가까운 신세대 아들자식에 대한 섭섭함이 묻어난다.

아예 자식들을 도둑에 비유한 버전도 있다. '아들은?'-'큰 도둑', '며느리는?'-'좀도둑', '딸은?'-'예쁜 도둑'. 뼛골 빠지게 재산 모아봐야 결국엔 자식들에게 야금야금 다 뺏기더라는 아쉬움이 배어있다. 그렇다면 부부를 표현하는 말은 뭘까. 답은 '미워도 다시 한 번'이다.

노후에 아내와 함께 하는 남편은 사망위험률이 절반으로 낮아지지만 남편과 함께 하는 아내는 사망위험률이 2배로 높아진다는 이색 결과가 나왔다. 일본의 후지모토 고이치로(藤本弘一郞) 라는 의사가 최근 실시한 노후 생활과 수명에 관한 조사에서다.

이유인즉 "고령의 남편은 일상의 많은 부분을 아내에게 의존하기 때문에 아내에게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 반면 "남편은 아내가 먼저 사망하면 돌봐줄 존재가 없어져 사망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부부가 함께 하면 오래 산다'는 통설이 남편에겐 맞는 말이지만 아내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래 살고 싶다면 아내는 남편에게서 뚝 떨어져 살아야 좋고, 남편은 오히려 아내에게 바짝 붙어야 하니 참으로 부부의 因緣(인연)이란게 묘하다. 이런걸 '부부 패러독스(paradox)'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답이 없는건 아니란다. 후지모토 의사는 "남편이 가사를 배우는 등 자립심을 키우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내의 심신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노년을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라는 의미다.

'雙春年(쌍춘년)'말미라선지,설이 가까와서인지 결혼식이 폭주하고 있다. 주례들은 이제 신랑신부에게 '百年偕老(백년해로)'같은 옛스런 축사대신 '미워도 다시 한 번'을 당부해야 하려나.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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