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랑이 소녀가장을 대학생으로 만들었다.
지난 5일 대구 북구청 홈페이지 '구민의 소리'난에 가슴 아픈 사연이 '비공개'로 게재됐다. 북구 산격동에 살고 있다는 서모(19·여) 양이 '대학에 합격했으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진학하기가 어렵게 됐다'며 학자금 지원 여부를 물었던 것.
사연은 이랬다. 서 양은 2년 전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가 가출한 뒤 어머니마저 떠나 남동생(고 2), 여동생(초 2)과 함께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폐지를 주워 근근이 생활해오던 할아버지(73)마저 다리를 크게 다쳐 기초생활수급 정부지원금(월 50만 원)으로 다섯 식구가 근근이 살아왔던 것. 이러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서 양은 올해 대구의 한 대학 공무원양성계열에 당당히 합격했지만 3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은 큰 벽일 수밖에 없었다.
사연을 접한 이연하(48) 북구 산격1동사무소 주민생활 담당은 주위에 도움을 요청,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시와 구청의 긴급구호비(80만 원) 지원을 시작으로 산격종합복지관 88만3천120원, 국제라이온스협회 355-C지구 대붕라이온스클럽 50만 원, 독지가 3명이 25만 원을 보내와 244만 3천120 원이 모였다. 또 대학에서도 서 양에게 등록금 일부를 면제해 줘 무사히 등록할 수 있었다.
이연하 담당은 "힘든 생활 속에서도 빗나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 우리 이웃이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가지 못한다는 얘기에 모금활동을 했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도와주실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서 양은 현재 이웃 사랑에 힘입어 대구 중구 동성로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새내기 대학생활을 꿈꾸고 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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