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생 자녀교육기)스스로 탐구하며 깨치는 공부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영재교육은 대학교 부속 영재원이나 영재교육연구소에서 특별한 관심을 가진 부모들에 의해서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청과 학교가 연계해 시행하고 있어 많은 부모들이 관심을 가진다. 우리 아이도 초등학교 4학년 때 교육청 영재교육에 참가하면서부터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아 한국과학영재학교에까지 인연이 닿은 것 같다.

우리 아이 종욱이는 어려서부터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들을 보며 스스로 이해하고 탐구하는 걸 즐겼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친구들이 수학 과목에 흥미를 갖도록 '수학귀신'이라는 책의 형식을 빌린 소설 '종욱이가 들려주는 수학이야기'를 공책 두 권에 정리하기도 했다. 담임 선생님께서 감탄하시며 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복사를 해서 나눠 주었다. 5학년 때는 중·고등학생을 위한 대수와 통계, 기하, 확률, 미적분, 집합 등을 쉽게 이해하도록 '수학이야기'란 제목의 책을 B5 용지 180장 분량으로 작성해 편집 제본까지 했다. 그때 한 출판사에서 내용을 보고 제의를 해 왔는데 상업성을 고려한 내용을 덧붙이길 원해 거절했다. 종욱이는 아직 어리고 자기만의 책을 가지고 싶은 순수한 마음 때문이었다.

사이버 초등 수학영재교실에 합격해 공부를 했지만 이미 터득한 지식이 되풀이되자 항상 아쉬워했고 수학·과학을 깊이 있게 배우고 토론하는 수업에 갈증을 느낀 듯했다. 컴퓨터에도 관심이 많아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골라 공부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대학 정보과학영재원에서 5, 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 선발돼 수학 못지않은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종욱이는 나름대로 생각하고 탐구한 것을 스스로 평가해볼 수 있는 수학·과학 경시대회, 정보 올림피아드 등에 참가해 대상, 금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즈음 나는 아이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까 고민했지만 훌륭한 지도자가 제대로 가르치고 이끌어 주었으면 하고 바랄 뿐 부모로서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월반이나 검정고시까지 생각해 보았지만 학교 생활을 통해 사회성을 배우고 꾸준히 노력하면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 믿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랐다.

때마침 한국과학영재학교가 생겨 아이 교육에 안타까워하던 나는 돌파구가 생긴 것 같아 기뻤다. 다행히 일반 학교에서 묻혀버릴 수 있는 영재성을 적절한 시기에 교육받을 수 있는 행운이 찾아왔다. 특히 중학교 1학년부터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기회가 되어 2004년 최연소로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과 경험들을 몇 가지로 요약해 본다. 먼저 아이에게 일상생활 습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가르쳤다. 종욱이는 4, 5세 때부터 다방면으로 재능을 보인 것 같은데 특히 한글이나 숫자를 보고 읽기와 쓰기를 한꺼번에 터득하는 집중력과 수에 대한 개념이 뛰어났다. 또 노래와 소리를 닫고 계명을 바로 말할 수 있는 청음 능력도 우수했다. 아이의 지적 능력이 뛰어난 만큼 올바른 생활 습관이 몸에 배어야 한다고 생각한 나는 유치원 때부터 밖에 나갔다 오면 손 씻기, 웃어른들께 공손히 인사하기 등 예절 교육을 중시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한글을 깨우친 후에는 책을 통해 일식과 월식 등을 배우고 나서 자세히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 과학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추천 도서 목록을 보여주며 원하는 책을 골라 읽게 했다. 이때부터 독서습관이 시작되면서 책을 통해 지적 능력을 더욱 키울 수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는 스스로 탐구하고 싶은 주제를 정해 주기적으로 서점에 가서 자연과학 교양 전문 서적을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원하는 책을 샀을 때는 밤늦게까지 독파하기도 했다. 서점 나들이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원하는 책을 발견했을 때라고 할 만큼 스스로 단계를 높이며 책을 골라 읽었다.

▲ 글을 쓴 박혜경 씨의 아들 김종욱 군은 한국과학영재학교를 거쳐 대통령 장학생으로 카이스트에 진학했습니다.

※ 학부모들의 자녀교육기 원고를 기다립니다. 자녀를 키우면서 느낀 마음, 어려웠던 부분, 소중한 경험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전자우편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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