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미운 오리새끼→白鳥'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유영하는 白鳥(백조)의 모습은 아름답다. 그 곁엔 작은 오리새끼가 따라다니는 걸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백조가 어릴 때는 오리와 분간하기 어려우며, 오리로 잘못 알 수도 있다. 오리와 마찬가지로 검은 털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털갈이를 하면서 純白(순백)의 깃털로 우아한 자태를 뽐내게 된다.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새끼'는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씌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餘談(여담)이지만, 외모가 아름답게 보이는 백조가 성질과 근성도 겉모습 같기만 할까.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 裏面(이면)에는 강인하고 끈질긴 근성이 숨어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흔히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기 쉽다. 겉모습에서 풍기는 인상을 통해 사물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은 백조인 '미운 오리새끼'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열여덟 살의 발레리나 박세은 양이 세계 최고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스위스 로잔 국제발레 콩쿠르에서 1위의 영예를 안아 화제다. 세계 27개국 발레리나 66명이 출전해 12명이 결선을 벌인 이 대회에서 그녀는 당당히 최고 점수를 받았다. 점프가 많고 역동적인 '라 바야데르'의 감자티 역, 발랄한 '지젤'의 한 대목을 깔끔하게 연기한 結晶體(결정체)다.

◇박 양은 지난해 미국 잭슨 콩쿠르와 베이징 발레대회에서 은상 입상하면서 국제무대에 頭角(두각)을 드러냈다. '발레 영재'로 뽑혀 내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입학할 예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초등학교 시절 발레에 입문해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留級(유급)한 적이 있고, 예원중에 진학해서도 작은 키 등 신체 조건도 나빠 꼴찌를 맴돌았다. 노트로 훈련 복기 등 피나는 연습으로 오늘을 일군 경우다.

◇박세은 양의 입상을 조명하면서 "'미운 오리'가 세계의 백조 됐다"고 표현하거나 비슷한 뉘앙스의 기사들이 눈에 띈다. 미운 오리새끼가 세계 최정상의 백조가 됐다는 讚辭(찬사)에 공감이다. 박 양은 분명 자신의 약점을 딛고 일어섰으며, 남다른 노력과 백조새끼로 봐준 눈들 덕분에 영광의 지름길을 연 경우라고 봐야 한다. 우리 사회에 미운 오리새끼처럼 보이는 백조들이 많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