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외국계 은행 창구 찾아보니…

시작은 미약하지만…"알짜 고객들은 압니다"

지난 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HSBC은행 대구지점. 기자가 지점 안으로 들어서자 창구 바로 뒷자리에 앉아 있던 30대 남자가 뛰쳐나왔다.

"지점장님을 만나러 왔는데요." "제가 지점장입니다."

앉아 있던 자리나, 연령대로 볼 때 시중은행으로 치면 차장쯤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지점장. 그는 기자를 창구 앞에 있는 응접세트로 안내했다.

"지점장실은 어디?…"(기자) "저희는 지점장 방이 따로 없습니다. 고객을 위한 공간만 있을 뿐입니다." (지점장)

외국계 은행들이 잇따라 대구에 입성, 국내은행에서 보기 힘들었던 이색 영업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대구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은행은 3곳. 이들 은행은 영업방식은 물론, 조직문화·고객응대 등에서 '파격'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영국계 HSBC은행=HSBC은행은 이달 수시입출금식 예금상품인 HSBC 다이렉트를 출시, 예금이자를 연 3.5%로 쳐주겠다고 '선언'했다. 기존 금융권 수시입출금식 예금 이자는 기껏해야 0.1%~0.3% 수준. 이 상품은 기존 은행권 수시입출금식 예금상품 이자보다 수십 배 더 주는 셈.

지점을 이용하지 않고 인터넷과 콜센터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영업비용을 절감, 고객들에게 더 많은 이자를 줄 수 있다고 HSBC은행 측은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이라는 것.

HSBC은행 대구지점을 방문하면 '로드 매니저'가 입구에서 맞는다. 시중은행에서 볼 수 있는 '청경'이 아니다. 로드 매니저는 고객이 자신에게 꼭 맞는 상품을 소개받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전문 직원과 연결짓는 것이 임무.

이 은행의 주고객은 '프리미어'라 불리는 부자 손님들이다. 정기예금 기준 계좌개설시 최소 3천만 원 이상 넣을 수 있는 사람이 이 은행의 '고객'이 될 수 있다. 지점 개설 1년 만에 이미 500여 명 이상의 단골 프리미어 고객을 확보했다고 은행 측은 말했다.

박태호(36) 지점장은 "대구·경북지역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느리지만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HSBC은행이 안착했다."며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이미 진입한 만큼, 이러한 시류에 적합한 상품을 고객들에게 내민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미국계 한국씨티은행=대구에만 6곳의 지점을 내고 있는 한국씨티은행. 이곳은 '고객의 심부름꾼'을 자처하고 있다.

이 은행은 연간 매출 50억 원 미만의 사업자 등을 '씨티 비즈니스 고객'으로 지정, 비서 역할을 해준다. 이들 중소 사업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비서를 둘 형편이 안 돼 여러가지 불편을 겪는 점에 착안한 것.

이 은행은 이 서비스를 통해 중소 사업자들의 일정관리를 해주는 것은 물론, 해외출장시 항공권 예약 도움을 주고, 택배, 퀵서비스 알선, 꽃배달 서비스 등도 해준다.

강구만 한국씨티은행 대구지점장은 "다양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씨티은행이 글로벌 기업인 만큼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취급하고 있다."며 "'국내은행과 다르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갈수록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행=지난해 10월. 중국은행이 대구 두류네거리에 지점을 냈다. 이 은행은 중국과의 각종 인적·물적 교류가 폭증하는 점에 착안, 대구 금융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내세우며 일요일(오전 10시~오후 4시)에도 은행문을 연다.

이 은행이 현재 주력으로 삼고 있는 것은 송금. 중국과의 교류 확대로 송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장 빠르고, 편리한' 송금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을 통해 중국에 송금할 경우, 미국 등을 거치는 등 2, 3단계에 이르는 송금절차가 소요된다는 것. 결국 송금을 하면 최장 1주일이 걸리는 경우도 생긴다고 중국은행은 주장했다. 더욱이 한 단계를 거칠 때마다 15달러의 수수료까지 붙어 금전적 손실도 크다고 중국은행은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은행을 통해 중국으로 송금을 하면 수수료가 없고, 24시간 안에 송금이 완료되는 것은 물론, 사후관리까지 쉽다는 것이 중국은행의 설명.

중국은행은 대구시내 중국 학생이 4천400여 명에 이르고, 중국 내 한국인 유학생이 7만여 명이어서 송금수요만 장악해도 일단 1차목표는 달성한 것이라고 했다.

황덕 중국은행 대구지점장은 "올 하반기부터는 기업금융도 본격화할 계획"이라며 "중국은행을 통하면 중국 내에서 사업을 하기가 쉬워 중국에서 영업을 하는 대구·경북지역 기업들이 중국은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대구시장 점유율은?=이들 외국계은행의 지역 시장 점유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천재정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조사역은 "한국씨티은행이 1%대, HSBC은행은 0.1% 수준의 대구경북지역 금융시장 점유율을 나타내는 등 아직까지는 외국계은행의 시장 장악이 미미한 편"이라며 "하지만 새로운 금융기법을 도입하는 등 외국계은행이 영업에 열심"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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