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진 군청사·관사 앞 청소車 시위…무슨 '사연'

설 앞두고 관사 앞 등 장시간 주차

울진의 한 생활 폐기물 처리 용역업체가 설 명절을 앞두고 벌인 이상한 시위(?)가 구설수에 올랐다.

울진읍, 북·죽변·근남·서면 등 울진 북부지역 5개 읍면의 생활 폐기물 처리 및 청소용역을 맡고 있는 ㄱ사가 설 연휴를 전후해 청소차량으로 군 고위 간부 관사와 군청 마당에 장시간 주차를 해 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주민들에 따르면 설 연휴 하루 전날인 16일 밤 차고지에 있어야 할 ㄱ사 청소 차량 한 대가 군 고위 간부의 관사 앞에 수시간 동안 주차하고 있었다.

또 설 연휴 첫 날인 17일 오전에는 이 회사 소속 다른 청소 차량까지 가세, 무려 3대나 군청사 턱밑까지 몰려와 장시간 주차해 있었고, 이런 광경을 지켜본 주민들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했다.

비슷한 시각, 이 업체가 생활 폐기물을 처리해 가지 않아 울진읍내 거리 등 곳곳이 방치된 쓰레기로 볼썽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었고, 주민들은 "설 명절에 청소 용역업체가 폐기물을 수거해 가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회사 청소 차량들은 오후 2시쯤 시위를 풀었고 업체 대표인 전모 씨가 군청 담당 공무원이 탄 차량에 동승해 어디론가로 이동하고 한참 지난 뒤 방치된 쓰레기는 다시 수거됐다.

이 청소업체의 행동을 지켜 본 한 주민은 "민간위탁 과정에서 승계한 직원들의 고용문제와 운반거리 변경 등 용역 이후 예기치 못한 상황 발생으로 불거진 경영적자 누적 등 애로사항을 군에 요청했으나 군이 이를 제대로 수용해 주지 않은데 대한 불만을 업체 측이 행동으로 표출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다른 한 주민은 "계약 관계에서 '을'인 업체가 폐기물 수거 거부와 군청사 차량 시위라는 초강수로 나설 때는 '갑'인 관계 공무원을 압박할 수 있는 뭔가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도 "그래도 주민들을 볼모로, 그것도 설을 맞아 귀향길에 나선 출향인들에게 고향의 푸근함은 보여주지 못할망정 눈살 찌푸리게 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체 대표는 기자와 전화 통화를 통해 "별로 할 얘기가 없다. 다음에 통화하자."고 했고, 군청 관계자는 "업체와 대화를 통해 원만히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울진군의 생활 폐기물 청소 용역 민간 위탁은 지난 2005년 10월부터 남(평해읍, 후포·온정·기성·원남면)과 북(울진읍, 북·죽변·근남·서면) 두 개 지역으로 나눠 시행됐고 북쪽을 맡은 이 업체의 용역비는 연간 9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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