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김 박사님에게 모발 이식 수술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모여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겠어요."
한 국회의원이 김정철(49) 경북대 의대 면역학 교실 교수(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장)의 유명세를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털 박사' 김 교수가 모발이식 수술을 시작한 1996년부터 10년여 동안 국회의원 13명을 포함해 3천여 명이 그의 시술로 머리카락을 심었다.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의 내로라하는 정재계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모발 이식을 할 때는 국소마취를 하기 때문에 수술을 하는 3, 4시간 동안 환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일면식도 없던 유명 인사들과 사귀는 좋은 기회가 되죠. 골프보다 더 사교적입니다."
해외에서도 김 교수는 '대머리 구세주'로 통한다. 지난해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학회에 갔다가 그를 찾아 온 미국인과 재미교포들에게 모발 상담을 해야 했다. 이들 중 2명은 대구까지 와서 수술을 받았다. 그에게 수술을 배운 외국인 의사만 30여 명에 이르기 때문에 입소문을 탄 것.
그는 '기초의학의 이단아'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동료 교수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았다. 생명과 관계가 없는 머리 털을 심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냐고.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세계 최고'란 야망을 갖고 있기에 그 정도 수모는 별 것 아니다. 김 교수가 모발 연구에 인생을 걸기로 한 계기는 초임 교수 시절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신현승 박사(현재 경북대 의대 외국인 초빙교수)와의 만남.
"존스홉킨스 의대에서 연수할 때 신 박사님께 어떤 분야의 연구를 해야 할지 상의를 했죠. 그 분은 AIDS나 암을 연구해야 하는데, 한국의 지방대 교수가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며 모발 분야는 미국에서도 미개척 분야인 만큼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했어요."
모발 연구를 결심한 그는 대머리 유전자에 겁없이 싸움을 걸었다. 머리 앞쪽에는 빠지는데, 왜 뒤쪽에는 빠지지 않을까? 대머리 유전자 분석을 위해 유전자은행을 만들었다. 시행착오 끝에 그는 모발성장을 억제하는 유전자(대머리 유전자)를 찾았다. 또 모근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이를 머리에 심어 모발이 자라게 하는 모근복제 연구에도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
그는 92년엔 세계 최초로 모낭군 이식술을 개발했다. 이때부터 '김정철'이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모낭군 이식술은 모심기처럼 한 구멍에 10여 개의 머리카락을 심는 기존 방법을 발전시켜 머리카락의 모낭군을 하나씩 분리해 심는 방법.
최근 1, 2년 동안 그는 마음 고생을 했다. 남들은 유명한 의사이니 돈을 많이 벌 것으로 생각하지만 월급은 다른 교수들과 같다. 끝 모를 연구에 몸과 마음도 지쳤다. 사실 그 보단 서울에서 '러브 콜'이 잇따라 마음이 흔들렸었다고 한다.
"개원하면 돈을 많이 벌겠지요. 하지만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선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머리카락만 잘 심어서는 세계 최고가 될 순 없습니다."
김 교수는 술이 한 잔 들어가면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 '메디컬 사운드'(경북대 의대 보컬그룹) 출신이어서 그렇다고 한다.(사실은 노래나 연주를 한 것이 아니라 '매니저'였다.) 애창곡은 싸이의 '챔피언'. 그는 노래를 부르다가 슬쩍 '챔피언'을 '김정철'로 바꾼다. (김정철) 소리 지르는 네가/(김정철) 음악에 미치는 네가 (김정철)/인생 즐기는 네가~.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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