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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아름다운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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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3남매 '소년 가장' 의 형제애

역설적으로 표현할수록 더 가슴 아린 것들이 있다. 지난해 소설과 영화로 인기를 모은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그런 예다. 살인죄로 죽을 날을 받아 놓은 한 남자와 혐오스런 삶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매번 자살 기도를 하는 여자에게 '행복한 시간'은 언제일까. 전혀 행복하지 않은 인생 길을 걸어온 둘은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고 서로를 이해함으로써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애착을 처음으로 갖게 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참 나는 행복하게 살았구나'하는 안도감마저 들 정도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운이 좋아 '행복한 시간'의 편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반어적인 표현은 작은 깨달음도 크게 증폭시키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이런 제목들은 영화나 문학 작품 속에서 즐겨 사용돼 온 편이다. 한 여자를 사랑한 죄로 끔찍한 복수와 종말을 맞는 조폭의 스토리는 전혀 '달콤한 인생'이 아니다. 아동 유괴·살해죄를 뒤집어 쓴 '금자씨'도 '친절'과는 거리가 멀다.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 '태평천하'의 만석꾼이 그렇고 '화수분'조차 남의 집 뒷방살이 신세가 아닌가 말이다.

새 책 '아름다운 둥지(이상배 글/일곱 난쟁이 펴냄)'는 부모를 가난과 병으로 차례 차례 떠나보낸 초등학생 세 남매의 이야기다. 맏이인 주인공 동수는 남들이 말하는 '소년 가장'이다. 하지만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식의 신파조로 흐르지 않는다. '롱테이크(멀리서 촬영하기)'로 바라볼 뿐이다. 동수는 동생에게 새 신발을 사주기 위해 마을 달리기 대회에서 꼭 2등을 해야 하는 영화 '천국의 아이들'의 어린 오빠와 더 닮아 있다.

동수 삼남매는 조금만 허리를 숙이면 만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아이들이다. 부모들이 이들에게 남긴 것은 판잣집의 가난이지만, 그 속에서도 형제애는 피어난다. 동수는 동생들을 고아원에 보내지 않기 위해 동사무소에 소년소녀가장 신청을 하고 새벽 신문 배달, 세차장 아르바이트를 마다하지 않는다. 자전거를 사는 것이 동수의 꿈. 하지만 동생 동배는 형이 명심보감에 꽂아둔 3만 7천원을 훔쳐 오락실에서 날려버리는 말썽꾸러기, 막내 방울이는 가난을 이해하기에 너무 어리다.

'누워서 소쩍새 소리를 들으면 엄마 생각난다.'는 막내의 시를 듣고 동수는 소쩍새를 다른 데로 쫓아버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동배가 교내 모형 비행기 날리기 대회에서 1등을 하고, 동수가 산 자전거에 삼남매가 함께 타고 달리는 모습으로 제법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아이들의 환하게 웃는 모습을 그린 삽화를 보고 있자니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을 정도다. 초등학생을 위한 생활동화의 해피엔딩이랄까. 그러나 이 삼남매에게 가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아름다운 둥지'라는 제목의 여운이 꽤 길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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