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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엄승화 作 '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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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치

엄승화

얼마나 순직해야 저렇게

음이 틀릴까

말려올린 입술은 입맞춤한 적이 없나

노래 못하는 그대가

나는 좋다

비가 내릴 때

누군가의 잔치

독한 술을 마실 때

그러면 그대는 참으로 열심히

노래한다

꼭 혼자만 아는 노래

발장단이 어렵지

토끼풀만 먹고 사는 것 같다

어쩌면 그렇게

머뭇거릴까

눈 감고 깊은 입맞춤은

내가 해드리리

순직하기 때문에 음이 틀린다고? 허긴 말술을 먹고도 얼굴 붉어지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 노래 때문에 목덜미까지 붉게 물든 사람이란 얼마나 순직한 셈인가. 음치 노래의 특징은 즐거움에 있다. 헛발질처럼 음계를 벗어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

음치의 또 다른 특징은 노래를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 토끼 입처럼 머뭇거리며 "참으로 열심히 노래한다". 위대한 수줍음이 사라진 세태. 뻔뻔함이 무기인 이 세상살이. 갈수록 음치가 줄어들고 있다. 좋은 시집도, 제대로 된 시인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난 80년대 누구보다 개성적인 시를 쓰던 이 시인은 지금 이 땅에 없다오. 긴 생머리와 검고 큰 눈동자, 천진한 마음씨의 시인이 빚어내는 시를 다시 만날 수 없으니 참 안타까운 일. 그런데 진짜 '눈 감고 깊은 입맞춤'해본 기억이 너무 아득하네. 이 또한 늙어감의 한 징표가 아니겠는가.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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