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내 마음에 남은 절

내 마음에 남은 절/강석경 외 51명 지음/산처럼 펴냄

절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아름다움, 위안, 추억, 깨달음, 인연, 고졸함…. 사람에 따라 참 많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우리 시대 문화계 인사들은 절을 어떻게 추억하고 있을까.

이 책은 각계각층의 문화인 52명이 절에 관한 추억을 풀어놓는다. 유난히 정리정돈된 장소를 싫어하는 김용택 시인은 실상사에서 편안함을 느낀다고. 여기저기 풀들이 우북하게 자라고 있고 제철에 꽃들이 피어나는 곳이다.

소설가 한승원 씨는 열아홉, 문학병이 들어있던 그 시절 천관사를 찾아갔다. 열정은 넘치지만 스스로의 재능과 운명에 절망하고 있던 그가 찾은 천관사의 절간에는 자줏빛 그늘이 가득 들어있었고 주변의 마른 억새풀이 울어댔다. 그 바람은 텅 빈 가슴속을 맴돌았다. 한 씨는 그 바람소리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슴속에 머무르고 있다고.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쓴 것도, 부처님 앞에서 혼례식을 올린 것도 다 그 바람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소설가 송기원 씨는 계룡산 대자암에서 한 해를 보낸 적이 있다. 바깥 햇빛은 물론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깊은 토굴에서 새로운 자신을 만났다고 한다.

간송미술관 최완수 연구실장은 '내가 전생에 송광사 승려였던 모양'이라고 고백한다. 처음 그곳에 도착했을 때 마치 고향에 온 기분이었다나. 앞으로 그 인연은 이어졌으니, 송광사와는 전생의 인연이 아니었을까.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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