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의 한 초교에 입학한 아들(8)을 둔 회사원 류모(37·여) 씨는 영어학습지 신청 독촉 전화에 요즘 매일같이 시달리고 있다. 하굣길에서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다정하게 묻는 아주머니에게 아들이 류 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 것이 화근이었다. 아들은 "웃으면서 등을 감싸줘 학교 선생님인 줄 알고 집 주소와 엄마 이름, 전화번호를 모두 알려줬다."며 "다른 친구들도 다 말해줬다."고 했다. 이에 류 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접근해 개인정보를 빼내 전화를 하는 학원들의 상술에 기가 막힌다."며 난감해했다.
신학기가 시작된 뒤 초교 1, 2년생을 겨냥한 학원가의 상술이 판을 치고 있다. 아직 사회성이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접근해 부모의 개인 정보를 빼내는가 하면 학원에 다니면 선물을 준다며 아이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 학교 주변 상인과 학부모, 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초교 입학식이 있던 대부분의 초교 정문 부근에서는 학습지와 학원에서 나온 판촉원들이 아이들에게 접근, 부모의 개인정보를 빼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태권도 도장 사범인 최모(26) 씨는 이 같은 학원들의 상술을 신학기마다 목격한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과자나 학용품 등을 가방 한 가득 담아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부모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물어 간다는 것. 그는 "범어동 일대 초교의 경우 지난 5일부터 2주 동안 영어, 미술, 음악, 학습지 등 다양한 학원의 판촉원들이 나와 개인정보를 빼갔다."고 설명했다. 수성구 한 초교에 다니는 손자(8)를 데리러 나온 김모(69) 할머니도 "지난 7일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며 뭔가를 적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홍보 행태 및 개인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는 관련 규정이 없다는 것. 대구시 교육청은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학원장의 연수나 세미나에서 악덕 상술을 부리지 말 것을 '주의'시킬 뿐 이를 막을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 평생교육담당자는 "현재로서는 학원장들의 양심적인 행동과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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