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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초상속에 흔들리는 자아…공산갤러리 곽승용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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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의 발달사는 곧 인물화와 풍경화를 어떻게 그려내느냐는 방법론의 역사였다. 이를 단순한 관찰의 대상으로 하느냐, 재현의 대상으로 하느냐, 아니면 표현 또는 환상의 대상으로 삼느냐에 따라 인상주의, 자연주의, 표현주의, 초현실주의로 나타난다.

31일부터 4월 8일까지 공산갤러리(053-984-0289)에서 열리는 '곽승용 개인전'의 출품작은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녹아있다. 곽승용(38) 씨는 '관찰, 기억, 상상 그리고 우연' 연작에서 초상을 자신의 심리적인 계기 아래 종합해 놓았다.

관찰한 것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기도 하고, 기억을 재구성하기도 하며, 그 과정 중에 대상이 불러일으키는 상상과 우연한 계기까지 다뤘다. 그 결과 그림 속 초상은 대체로 윤곽이 흐릿한 '익명적인 주체'로 나타난다. '작가 자신의 정체성 상실과 혼란의 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의 자의식'. 그것이 곽 씨가 작업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바이다.

이를 위해 곽 씨는 다양한 기법을 동원한다. 페인팅과 드로잉, 사진까지 이용하고, 각종 판법을 중첩하거나 마블링 기법으로 떠낸 바탕 위에 초상을 덧그리기도 한다. 재현한 이미지와 기하학적·추상적인 이미지를 대비시키기도, 찍어내고 떠내고 스프레이로 뿌리는 방법까지 이용한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에 걸쳐 작업한 350점이 모인 역작이다.

'잠수함에서 바라본 바다' 연작도 곽 씨가 실제로 바라본 것이 아니라,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가없는 수평선이 작가 내면의 느낌으로 탄생한 풍경이다. '인간의 자의식에 오염되기 전의 풍경, 인간의 인식으로 정의되기 전의 풍경, 개념이나 감각의 대상으로서보다는 원초적인 질료로서 다가오는 풍경'이다. 회화 작업을 위한 진지한 탐구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곽 씨가 풀어낸 '심리적인 인물화·풍경화' 36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조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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