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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아닌 '뻥소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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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모를 정도 살짝 스쳐도 신고

직장인 김모(50) 씨는 이달 초 수성구 범어동 주택가의 좁은 골목길에서 승용차를 몰고가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정모(30·여) 씨의 팔꿈치를 살짝 스쳤다.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김 씨는 그대로 운전을 계속했고 얼마 후 관할 경찰서로부터 '뺑소니'사고 조사를 위해 출두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사과도 하지 않고 그냥 가버린 데 화가 난 정 씨가 김 씨를 뺑소니로 신고한 것. 다행히 정 씨가 크게 다치지 않았고 김 씨가 사고 사실을 몰랐던 점이 인정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최근 들어 김 씨처럼 자신도 모르게 '뺑소니' 가해자로 몰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뺑소니'인지 아닌지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쉽지 않은데다 사고 피해자들이 가해자와 연락이 되지 않을 때 일단 '뺑소니'라고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실제 지난해 특가법상 도주차량(뺑소니)혐의로 대구지검에 접수된 사건은 1천386건으로 전년(1천 274건)에 비해 8%가량 늘어났다. 반면 실제 기소된 사건은 지난해 741건으로 전년(783건)에 비해 5%가량 줄었다. 접수된 사건의 절반가량이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뺑소니에 대한 법률적 이해 부족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 무죄선고를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대구지법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뺑소니사건과 관련, 대법원까지 판결을 거친 사건은 모두 15건으로 이 중 '피해자 구호 등 조치의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받은 사건이 14건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벼운 교통사고의 경우 가해자는 물론 변호인들조차 '피해자 구호 등 조치의 필요성'의 여부가 유·무죄 판단의 중요한 쟁점이 된다는 인식이 부족, 주로 '사고에 관한 인식이 없었다.'거나 '도주 의사로 사고 현장을 이탈하지 않았다.'는 주장만을 펴다 원심에서 유죄선고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

대구지법 이기광 부장판사는 "뺑소니 유무는 상황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으나 사고 피해자가 구호의 필요성이 있는지 유무와 가해자가 신원을 고지했는지가 유·무죄 판단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며 "사고 발생 즉시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 구호의무를 이행하고 반드시 자신의 신원을 피해자 측에 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에게 명함을 건넸다 하더라도 재판과정에서 피해자가 이를 부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명함도 받아 두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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