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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상화 고택 "빼앗긴 집에는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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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악취 안방 너덜너덜…"대구 문화행정 이것밖에…"

'춘래불사춘'이란 정녕 이런 곳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대구가 낳은 저항시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란 시(詩)를 통해 일제 강점하 민족정신을 대변했던 이상화 시인의 고택에는 아직도 봄이 오지 않았다.

신축 중인 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그늘에 가린 채 폐가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화 시인이 말년을 보냈던 고택 입구에는 악취가 진동하고, 마루는 흙투성이로 변했다. 처마는 허물어지고, 방안은 벽지가 떨어져 너덜너덜한 모습이 '폐허'를 연상시킨다.

'대구정신의 심장부'를 이렇게 내버려둔 대구시와 중구청의 문화정책 부재를 질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높다. 안내판 하나 없는 고택을 애써 찾은 외지인들이 "기웃기웃하다가 지독한 냄새만 맡고 간다."는 비난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전국적인 이슈가 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5일은 상화가 탄생한 지 106주년이 되는 날. 퇴락한 상화의 고택은 '문화예술도시 대구'가 아닌 '문화불모지 대구'의 현주소를 웅변하고 있다.

문화유산연대(코리아 헤리티지)는 5일 '민족시인 통곡한다. 냄새 진동하는 상화고택!'이란 성명서를 발표하고 "민족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상화의 고택을 어떻게 이처럼 황폐화시킬 수 있는가?"라고 분통을 터트리며 대구시에 제대로 된 복원사업과 이상화문학관 건립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문화관광부에는 이상화 조명사업 추진을, 문화재청에는 근대문화유산 등록과 복원비용 지원을 요청했다.

문화유산연대는 서울 청계천 복원 운동, 부산 영도다리 보존 운동을 펼친 문화유산보호단체. 지난 1일 회원 20여 명이 상화 고택을 방문하고 처연하게 방치된 현장을 고발하기 위해 탄생일에 맞춰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김란기 집행위원장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한 대구시의 문화행정이 이것밖에 안되느냐?"고 반문했다. 지역 문화예술계의 한 관계자는 "타 시·도에서는 없는 문화유산을 억지로라도 만들고 있는 판에, 대구는 있는 것도 제대로 가꿀 줄 모른다."고 비난했다.

한편 대구시는 내달부터 1억 6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상화 고택 보수공사에 들어가 오는 9월경 새 단장을 마칠 계획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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