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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닉 에세이] 발을 사랑하는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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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발을 내미는 사람이 많다.

우선 작은 아들 녀석은 어리광의 한 행태로 발을 내밀며 양말 신기기를 자주 요구한다. 가기 싫은 학원이나 거부하고 싶은 행위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기에는 용기가 없고 그냥 하기에는 심지가 뒤틀릴 때 발을 내밀며 " 엄마 양말 신겨 줘" 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큰 아들은 만성적으로 뒤꿈치가 갈라지는 고질 지병이 있다.

명색이 피부과 의사 아들이란 녀석이 최소한 진단 내릴 수 있는 피부병을 세 개나 (여드름, 모공각화증, 피부건조증) 가지고 있어 나를 돌팔이로 만든 장본인이다. 볼멘소리로 , 혹은 고함소리로 발을 내밀어도 그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그것도 모자라 발에 입 맞추는 심정으로 발을 두드려준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희들은 하늘이 내게 내린 선물 이란다' 라는 축복과 함께 말이다. 또 한사람의 강적이 있다. 나와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타인, 남편이다. 남편은 기분이 아주 좋은 날, 두 아들보다 더 당당하게 발을 내밀며 양말 벗기기를 요구한다. 자신이 아주 행복할 때 발을 내밀어 섬김을 받음으로써 행복감의 극치를 맛보는 듯하다. 이럴 때 나는 예수님 발을 씻긴 마리아를 떠올린다.

진료실에서도 내게 발을 내미는 사람이 많다. 발을 내미는 태도도 천태만상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발을 보이는 것이 민구해서 겸연쩍은 얼굴로 "발을 씻긴 했는데 냄새가 날지도 몰라요."라는 사족을 달면서 조심스레 발을 내민다. 간혹 양말을 당겨 벗으며(이러면 정말이지 먼지가 진동하며 빛이 잘 드는 따사한 나의 남향 진료실에서는 그 진동이 마치 나비의 군무 마냥 기하학적으로 방 전체에 퍼지는 광학의 세계까지 경험이 가능하다.) 그 발을 내 코앞에 내미는 적극적인 환자도 있다. 그렇다할지라도 그 발이 사랑스럽다. 내게 더 많은 사람이 발을 내밀고 더 많이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소망한다.

정현주(고운미 피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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