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낮 12시 35분, 상주시 무양동 농협 무양출장소. 점심 시간 교대 준비를 하던 유효상(31) 총무계장은 허겁지겁 들어와 한손엔 전화기를 들고 한손은 자동입출금기 앞에서 버튼을 누르려는 김모(45·상주 신봉동) 씨 등 40대 아주머니 2명을 발견했다.
한순간에 보통 일이 아님을 직감한 그는 다가가 무슨 일인지를 물었고 김 씨가 아들이 납치된 것과 관련, 범인에게 1천만 원을 송금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유 계장은 요즘 빈발하는 세금·건강보험 환급 사기사건 등 허위 사기 사건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해 이들에게 상대방과 계속 통화해 시간을 끌라고 한 뒤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고는 계좌 확인에 들어갔다.
지난 9일 수협 서울 관악지점에서 조선족 주모 씨 이름으로 개설된 통장임을 확인한 유계장은 이들에게 입금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김 씨의 아들 엄모(19) 군이 다니는 학교로 출동, 수업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납치를 핑계로 한 전화사기 사건으로 결론지었다. 경찰은 전화번호와 계좌추적 등 범인추적에 나섰다.
은행원의 기지로 1천만 원을 날릴 뻔한 김 씨는 여전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당일 12시30분쯤 이웃과 길을 가다가 발신번호가 찍히지 않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전화에서 30, 40대 음성으로 보이는 남성이 "당신의 아들을 납치했으니 지금 바로 현금 1천만 원을 송금하라. 말을 듣지 않으면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아들을 떨어뜨리겠다."고 협박했다.
김 씨는 사실 여부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아들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에 은행으로 뛰어들었는데 다행히도 유 계장이 이를 발견해 돈을 건질 수 있었다.
경찰은 "중국 등 해외에서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국세청이나 건강보험공단 직원을 사칭해 각종 세금을 환급해주겠다며 유혹, 노인과 부녀자들의 쌈짓돈을 노렸던 '보이스 피싱'이 이제는 유괴와 납치를 핑계로 한 전화사기로 번지고 있다."며 "무조건 돈을 입금하지 말고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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