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은 교수-학습 활동이 이루어지는 현장이다. 교사와 학생은 교실에서 인성과 지식의 씨를 뿌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거둔다. 교실은 인적 자원이 최대의 자산인 우리의 가장 핵심적인 국가 미래 성장 엔진이다. 교육인적자원부를 정점으로 하는 모든 교육 시스템의 존재 이유는 교실을 지원하는 데 있다.
교실에는 인성과 지식의 편차가 제각각인 서른여 명의 학생들이 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기대 출력과 성능이 제각각인 미완성 엔진이 놓여 있는 것이다.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1대 다수이지만,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교사와 1대 1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교실의 풍경이다. 학생을 사고의 중심에 놓을 때, 교사의 부담은 계량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다. 교직의 어려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현실적으로 학생들을 1대 1의 관점에서 지도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교사는 주어진 여건 속에서 모든 학생을 1대 1로 대한다는 자세로 교실에 들어선다. 수준별 교수-학습 이론의 근거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모둠학습과 분단학습, 분반학습을 하는 이유는 1대 1의 관계를 가장 효율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됐어 됐어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 족해 족해 족해 족해/ 매일 아침 일곱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리 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막힌 막힌 사방이 막힌 널/ 그리곤 덥석 우릴 먹어삼킨 이 시꺼먼 교실에서/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1994년 서태지가 발표한 '교실 이데아'의 앞부분이다. 그 후 십수 년이 흘러간 오늘의 교실은 어떤가. 교육과정과 물리적 환경 등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죽음의 트라이앵글(내신, 수능, 논술)이라는 끔찍한 용어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패러다임의 차원에서 교실은, 특히 고등학교의 교실 이데아는 그때 그 시절과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잘못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교실을 위한 진정한 혁신은 이러한 성찰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또 우리가 가장 크게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은 학생들과 1대 1로 맞서는 교사의 사랑과 열정과 헌신이다. 그것을 모멘텀으로 하여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김선굉(시인·의성 단밀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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