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회의원 어깃장에 속타는 한나라 당원

"국회의원이 봉화군수를 뽑는다(?)."

경북 봉화의 3선 국회의원인 김광원 한나라당 경북도당 위원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종철 한나라당 후보 측은 김 위원장의 4·25 봉화군수 선거 행보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17일 오후 1시 봉화읍 5일 장터에서 열린 우 후보 유세장. 우 후보 공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강재섭 당 대표가 단상에 올라 공천앙금을 털고 우 후보를 당선시키자는 내용의 지원 유세를 했다. 이어 사회자가 김 위원장을 소개하자 반응이 없었고, 강 대표도 김 위원장을 찾았으나 김 위원장은 이미 자리를 뜬 상태였다. 우 후보 캠프에선 어색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오후 2시 김 위원장은 당직자 간담회 자리에 있었고, 강 대표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강 대표는 다시 화합을 강조했고, 김 위원장은 우 후보를 도와 선거에서 승리하자는 말 대신 당직자들이 힘을 모아 '큰일'(대선)을 하자는 취지의 발언만 했다.

김 위원장은 당 공천 과정에서 우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다. 우 후보가 공천되자 김 위원장은 (자신이)생매장당했다고 분개했다. 우 후보는 강 대표 특보를 지냈다.

김 위원장은 봉화선거 중반이 되어서야 겨우 봉화에 모습을 나타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매일 대책회의를 여는 등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하지만 아예 하지 않고 있다.

봉화의 한나라당 조직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김 위원장이 사실상 우 후보 선거를 돕지 않자 우 후보 측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저녁 자리에서 "오늘 봉화에 온 것은 도당 위원장 자격이다. 국회의원 자격은 아니다."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그동안 봉화군수 공천 과정에서 군민들에게 사죄해도 모자라는 마당에 어떻게 얼굴을 들고 군내를 돌아다닐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저녁자리 후 다시 오겠다는 약속 없이 대구로 출발했다. 17일 김 위원장은 청도 등 경북의 4개 기초의원 재보궐 선거 지원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20일과 22일 봉화에 다시 올 예정이다. 당내 두 대선주자(이명박, 박근혜)의 지원유세에 도당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우 후보 승리를 위해선 김 위원장의 힘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빨리 노여움을 풀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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