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갑상선 기능 저하증 진단을 받은 젊은 환자가 있었다. 병의 경과 및 주의 사항에 대해 설명하면서 기능 저하증이 악화되지 않도록 요오드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줄이도록 권유했다. 며칠 뒤 다시 병원을 찾은 그 환자는 갑상선 호르몬 합성에 가장 중요한 성분이 요오드인데 기능 저하증이면 오히려 요오드를 많이 섭취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또 인터넷의 건강 정보에서는 기능 저하증에는 오히려 요오드를 많이 섭취해야 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면서 제대로 설명해 줬는지, 혹시 잘못 설명한 건 아닌지 따지듯 되물었다. 실제로, 해조류나 소금에 많이 포함돼 있는 요오드의 섭취가 부족한 내륙 국가의 경우, 요오드 섭취 부족으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런 경우에는 그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요오드 섭취를 많이 해야 기능 저하증을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해조류나 천일염을 통한 요오드 섭취량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주로 발생하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원인은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능 저하증이다. 오히려 요오드 섭취가 많아지면 병이 악화되고 반대로 요오드 섭취를 줄이기만 해도 병이 완치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날 이후,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식이 조절에 대해 설명을 했더니 실제로 상당수 환자들이 오히려 요오드 섭취를 더 많이 하고 있었다. 이런 식습관이 오히려 질병을 더 악화시킨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특히 인터넷이나 다른 환자의 조언을 통해 얻은 건강정보를 아무런 검증 없이 쉽게 믿고 따랐다.
최근 인터넷 피해의 극단적인 예로 '사이버 콘드리아'(cyber+hypochondria)라는 새로운 질환이 알려지고 있다. 이는 인터넷 건강 정보를 보고 자신이 그 병에 걸렸다고 굳게 믿는 병이다. 심지어 병원을 방문해 본인의 진단이 맞는지 확인해 보고 아니라면 오히려 논쟁을 벌이다가 화를 내고 다른 병원을 다시 찾아간다고 한다. 실제로 인터넷으로 본인의 질환을 확인하고 심지어, 치료 방침까지 결정해서 오는 환자들을 가끔 만난다. 얼마 전 필자도, 자신의 증상이 갑상선 질환인 것 같은데, 검사해 보고 맞으면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인 방사능 동위원소 치료를 해달라고 요구해 매우 당혹스러웠다.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 수가 3천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건강 정보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널리 퍼져 있는 잘못된 건강 정보는 자칫 건강과 질병 치료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냥 참고로만 해야 한다. 또 일반인들은 의학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이해가 없기 때문에 인터넷에 있는 단편적인 질병 정보들은 거부감 없이 사실로 믿게 된다. 따라서 정보 제공자는 정보의 질에 대한 책임을 갖고 올바른 것만 올려야 한다. 의학지식과 환자를 통해 얻은 의사의 경험이 인터넷의 제한된(또는 상식 수준의) 정보보다 신뢰를 얻지 못해서야 될까?
윤현대(라파엘내과 원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