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주인공이 성형미인으로 거듭나면서 겪는 해프닝을 그린 이야기로 대한민국에 또 한 차례 '성형열풍'을 일으켰다. 외모 지상주의로 흘러가고 있는 세태에서 미용 성형수술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옵션'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성형에 대한 맹신과 과신은 성형중독 같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 3명이 성형수술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좌담참석=안기영(대구경북 성형외과개원의사회장), 오재훈(가가성형외과 원장), 김정철(김정철성형외과 원장).
◆사람들은 왜 성형수술을 하고 싶어 할까?
김=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욕구의 하나가 아닐까? 자기만족을 위해 수술을 하는 것 같다. 지금은 미용성형을 '사치재'가 아닌 '보통재'라고 봐야 하겠다. 사실 국내에서 미용성형은 1970년대만 해도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에겐 흔치 않았다. 당시엔 미용성형을 하겠다면 정신과 상담부터 받도록 했다.
오=IMF사태 이후 젊은층은 물론 중장년층까지 성형수술을 받고 있다. 이는 취업난, 실직사태와 관계가 깊다. 외모에서라도 경쟁력을 높여 생존경쟁에서 이기고 싶은 몸부림일 수도 있다.
안=한국의 성형열풍은 외모지상주의의 확산, 사회에서의 경쟁력 확보, 여기에 소득수준의 향상 등이 맞물려 빚어진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성형중독에 대한 생각은?
오=성형중독이란 말은 성형수술을 여러 번 받는 경우보다는 같은 부위를 여러 번 수술하는 경우로 생각해야 한다. 성형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주로 이런 태도를 보인다. 의학적으론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김=여러 성형외과를 전전하면서 코 성형을 다섯 번이나 받은 환자를 봤다. 수술의 결과가 그 사람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같은 부위에 '메스'를 여러 번 댈수록 안전성과 효과는 떨어진다.
◆성형에도 트렌드가 있다는데?
오=시대별로 크게 나누면 80~90년대는 눈, 코, 입에 대한 성형수술이 유행했고, 90년대 이후엔 지방흡입수술, 90년대 후반부터는 얼굴의 윤곽을 고치는 수술이 성행하고 있다. 80년대는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갖춘 서구 연예인들의 얼굴 형태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안=또 다른 변화도 있다. 2000년 이후 보톡스 주사, 레이저 등을 이용한 비수술적 성형이 유행하고 있다. '메스'를 대는 수술보다는 통증이나 위험부담이 적은 수술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김=성형의 트렌드는 연예인이 주도하는 것 같다. 90년대엔 연예인 심은하의 '작은 쌍꺼풀'이 선망의 대상이었고, 2000년 들어선 임수정, 문근영의 '동안'(童顔) 스타일이 선호되고 있다.
◆성형수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안=무조건 '누군가와 닮고 싶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이런 생각으로 성형수술을 받으면 아무리 수술 결과가 좋더라도 정작 자신은 수술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 또한 성형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이 필요하다. '남들 하니까 나도 하자.'는 식의 수술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의 얼굴에는 저마다의 장점이 있다.
오=성형을 '마술'로 생각해선 안 된다. 자신의 머릿속에 그린 대로 (수술)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타고난 얼굴 형태와 어울리는 성형이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마술 같은 변신이 아니라 콤플렉스를 극복해 자신감을 갖고자 하는 생각으로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김=성형수술은 자기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나이가 된 뒤에 받아야 한다. 요즘엔 중학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성형외과를 찾고 있다. 성장기에 성형수술을 받는 것은 의학적으로는 물론 심리적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사진·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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