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내 학부모들 유학 자녀 현지 안전 '우려'

유학 준비생들 사건 여파 작은 곳 찾느라 분주

최악의 교내 총기 사건인 버지니아공대의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자녀를 유학 보낸 부모들과 유학 준비생들 사이에서 현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모들은 범인이 한국계라는 사실 때문에 행여 자녀가 차별이나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가슴을 졸이고, 유학 준비생들도 이번 사건의 여파를 최대한 피할 수 있는 지역을 찾느라 분주한 것. 또 현지 유학생들은 이번 사건이 다행히 인종 문제로 번지지 않아 안도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고교생 자녀를 유학 보냈다는 주부 윤모(44) 씨는 사건이 나자마자 아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 윤 씨는 "사건이 난 이후 아들과 전화 통화를 하고 안심하라는 얘기도 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며 "혹시 싶어 바깥 외출은 되도록 하지 말라는 당부를 거듭했다."고 말했다.

아들이 미국 동부지역의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회사원 박모(52) 씨도 "사건 여파가 인종 차별 문제로 번질까봐 걱정"이라며 "특히 범인이 한국 교포 학생이라는 소식에 마음이 더욱 답답하다."고 했다.

이번 사건 이후 대구의 유학원에는 안전한 지역이 어디인지를 문의하는 유학준비생들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사고가 난 버지니아 주나 앨라배마 주, 루이지애나 주 등 남부 지역으로 유학을 떠나려던 학생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한 유학원 관계자는 "유학 가려면 오랜 시간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으로 유학을 포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도 "다만 인종차별이 심한 애틀랜타나 버지니아 등 남부 지역으로 유학을 떠나려는 학생들의 경우 안전 문제에 대한 문의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실제 미국에서 유학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한국인에 대한 '보복테러'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11 테러 당시에는 아랍국가와 아랍인들에 대한 편견과 보복심리가 강했지만 이번 사건은 개인적인 범죄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는 것.

미국 유학 중 군 복무를 위해 돌아왔다는 박호정(21) 씨는 "미국에서는 아시아인의 경우 다른 인종에 비해 범죄율이 낮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실제로 현지 언론들도 미국의 총기 규제 법안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한국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 국토안보국 이민·관세국(ICE)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 수는 8만 7천724명(14.3%)으로, 인도(6만 8천451명)와 중국(5만 4천486명), 일본(4만 9천338명)보다 많은 세계 최대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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