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장 기회에 서울에 사는 옛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금년도 경북방문의 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터라 경북관광에 대한 서울사람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요즘 왜 고향에 자주 안 와? 내려오면 한번 연락해, 좋은 구경거리 보여줄 테니까." 잔뜩 분위기를 잡고 지역 방문을 권했지만 돌아오는 메아리는 기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야, 아무리 고향이라도 그렇지, 경북이 뭐 볼게 있노. 경주하고 안동 말고 또 뭐가 있다고." 친구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간다. "경주도 옛날 말이지, 요즘 경주 가는 사람 어디 있나?" 권투시합에서 카운트펀치를 맞은 선수가 이처럼 큰 충격을 받았을까. 경북에 가볼 만한 데가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홍보가 제대로 안 돼 있을까 하는 자책도 들었다.
소득이 증가하고, 주5일 근무로 여가가 늘어난 탓에 외국관광이 선호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려스런 점은 해외여행 행렬이 초기의 단순한 흥미를 넘어 습관화, 상시화하는 점이다. 그렇게 된다면 내국인에 의한 국내관광산업의 기반은 영영 허물어질지도 모른다.
'지역방문의 해'는 관광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며, 만성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관광수지적자를 해소하려는 일거삼득의 정책의지가 담겨 있다.
문제는 이렇게 말을 해도 사람들이 '방문의 해'의 의도와 순수성을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광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혹은 '관광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광을 이런 식으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산업의 내용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피상적으로 보아왔던 관광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관광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관광산업은 자동차산업, 석유산업에 이어 세계 3대 산업이다. 외국인 8명을 국내로 유치하면 자동차 1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다. 외국인 20명을 유치하면 일자리 1개가 더 생긴다. 청년실업과 실버실업이 사회문제가 되는 시점에서 관광산업이 가진 놀라운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능력이 아닐 수 없다.
2010년이 되면 전 세계 관광객 수는 10억 명을 넘는다. 선진국의 관광분야 GDP는 10%를 넘었지만 우리는 4%에 불과하다. 우리가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투자하고, 최선을 다해 나간다면 관광을 통해 우리가 얻을 소득과 일자리가 적지 않음을 뜻한다. 관광이 이처럼 큰 부가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경북을 찾는 손님들에게 좀 더 정중하고, 최대의 예의를 갖추는 서비스정신이 필요하다.
조선시대 청빈의 대명사였던 황희 정승의 손님맞이 일화는 유명하다. 손님을 방으로 안내할 때는 반드시 상석에 앉혔다. 손님이 갈 때는 문밖까지 배웅했다. 정승의 손님맞이 예법에는 귀천의 구별이 따로 없었다. 경상북도는 '방문의 해'를 맞아 30개의 크고 작은 사업들을 추진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업은 황희 정승의 손님맞이 정신을 배우는 일이다.
경북을 찾은 손님들이 가고 싶은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관광안내시스템을 구축하고, 주민들이 지역축제나 각종 이벤트에 주인으로 솔선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관광 소프트웨어이다. 민박집의 침구시트는 호텔처럼 매일 세탁해야 하고, 시내에서 떨어진 원거리에 숙박하는 관광객을 위해서는 시내에서 저녁시간을 보내며 돈을 쓸 수 있도록 시·군청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우리는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말한다. 문화가 힘이자 국력이 되는 시대임을 의미한다. '앙코르-경주문화엑스포'의 사례가 이를 실증한다. 한국보다 경제 진출이 빨랐던 일본은 캄보디아의 구석구석을 마케팅 대상으로 삼아 수천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우리는 변변한 기업 하나 없이 불과 몇 십억 원을 투자한 데 불과했지만, 캄보디아에서 한국은 일본을 능가하는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다. 돈이 아닌 문화에 투자한 때문이다.
경북도는'방문의 해'를 통해 문화의 진한 향기를 국내외에 퍼뜨리고 있다. 그 향기가 지구촌을 돌고 돌아 부메랑이 되어 7천10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을 맞아들일 것이다. 매주 서울 관광객을 대상으로 주말테마여행을 실시하면서 우리는 '어서오이소.'라고 인사드린다. 경북인의 구수하고 친숙한 말투에 살가운 정성을 담아 경북을 찾는 손님들에게 드리는 인사말이다. 색다른 체험과 감동, 긴 여운의 추억을 만들어 줄 경북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주말여행을 권하고 싶다. '어서오이소!'
이재동 경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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