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환경 상품매장' 형식에 그쳐

유통업체들 법 개정따라 의무 설치 불구 제대로 안지켜

▲ 대형 유통점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친환경 상품 매장 의무화가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무늬만 친환경 상품인 매장이 판을 치고 있다. 사진은 친환경 상품 종류가 너무 적고 일반 제품들까지 섞여 있는 중구 한 백화점 친환경 상품 코너. 김태형 기자 thkim@msnet.co.kr
▲ 대형 유통점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친환경 상품 매장 의무화가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무늬만 친환경 상품인 매장이 판을 치고 있다. 사진은 친환경 상품 종류가 너무 적고 일반 제품들까지 섞여 있는 중구 한 백화점 친환경 상품 코너. 김태형 기자 thkim@msnet.co.kr

무늬만 친환경 상품인 매장이 판을 치고 있다.

지난 3월 28일 2차 개정된 친환경상품 구매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면적 3천㎡ 이상의 대형 유통 시설은 10㎡ 이상의 친환경상품 매장을 반드시 설치해야 하지만 시행 한 달이 지나도록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법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것.

2일 대구 중구 한 백화점 지하 매장. 가장 구석진 곳에서 어렵게 친환경 상품 코너를 찾았지만 상품 종류가 비누, 휴지, 세제 등 고작 4, 5개에 불과했다. 게다가 2개 진열대 규모의 친환경 상품 매장엔 일반 제품이 더 많은 실정. 이곳 직원은 "주문한 제품이 제때 도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친환경상품 매장 면적이 10㎡를 넘지 않으면 바뀐 시행령에 따라 100만 원에서 3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 같은 유명무실한 친환경 상품 코너는 이곳뿐만이 아니다. (사)대자연보전환경협회 부설 친환경 상품 쓰기 위원회가 지난달 30일 대구시내 12개 백화점과 대형 소매점에서 친환경 상품 코너의 규모와 위치 등을 파악한 결과 12곳 모두 똑같았다. 담당 직원도 한참 찾을 정도의 구석진 곳에 친환경 상품 코너가 자리 잡고 있었고, 거의 모든 유통 시설이 한두 개 회사의 7, 8개 특정 제품만 진열하고 있었다. 특히 친환경 상품 코너는 환경마크와 재활용마크(GR)를 인증한 제품만 구비해야 하는데 판매 직원들은 이런 마크들의 존재조차 잘 모르고 있었던 것.

친환경 상품 쓰기 위원회에 따르면 대구 대형 유통점들이 친환경 상품 코너를 설치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부터다. 당시 정부 권장 사항을 받아들여 마지못해 설치한 것으로,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 친환경 상품 판매에는 아무 신경을 쓰지 않았고, 이번 법 개정 이후에도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인증한 환경 또는 GR마크 제품들은 1만 가지가 넘고, 이 가운데 실생활과 관련된 제품들만 1천 가지 안팎에 이르지만 이윤이 적다는 이유로 여전히 비누, 휴지 따위의 특정 친환경 상품만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대구시는 법 시행 한 달이 지나도록 현장 점검 한 번 하지 않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할 순 있지만 환경부 고시 기준을 아직 전달받지 못해 점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정부나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주문하고 있다. 대형 유통점들의 친환경 상품 판매가 부진한 이유는 도·소매 유통 체계가 없어 마진이 많지 않기 때문인 만큼 민간에 떠넘기기만 할 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 친환경 상품 판매 촉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 윤녹경 (사)대자연보전환경협회 부회장은 "대형 유통점의 좁은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원스톱 전문매장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왜 친환경 상품을 써야 하는지,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 교육의 기회도 더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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