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 공무원들 '열공중'…업무 연구모임 결성

동료끼리 날선 비판…경제관련 시정 과제 발표도

'Brown Bag Meeting', 'Biz Topia', 'ArchAroma', '동성로 Fantasy'.

대학 동아리, 아니면 회사이름(?)

3일 오전 7시30분 대구시청 영상회의실. "현실성이 없잖아요." "시간초과입니다. 짧고 일목요연하게 하세요."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경제·과학기술 사무관들의 업무연구 모임인 'Brown Bag Meeting'에서 경제부서 한 사무관이 주제발표를 하다 동료 사무관들의 따끔한 질책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대구시청에 때아닌 학습·업무연구 모임 붐이 일고 있다.

가장 먼저 불을 댕긴 모임은 'Brown Bag Meeting'(패스트 푸드를 먹으며 하는 회의). 박봉규 정무부시장이 "서울에서는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하고 바삐 움직이는데 대구도 조찬문화를 활성화 하자"고 제안,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목요일 사무관들이 샌드위치를 먹으며 주제발표와 토론을 하고 있다.

이승대 경제정책팀 사무관은 "70% 이상이 지적을 받거나 깨지지만 토론기술이 늘고 다른 부서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또 타부서 동료들을 잘 알게 되고 업무능력 향상은 물론 부서 간 협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대부분의 사무관들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아침시간에 하다 보니 시간 손실이 적고 집중도도 높아 이제는 완전히 적응한 모습들.

3일 오후 5시 대구시청 상황실. '액션 러닝 드림팀'이 그동안 연구해 온 과제에 대해 권영세 행정부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보고회를 가졌다.

액션 러닝 드림팀은 4개 팀이 구성돼 매주 목요일 컨설팅 회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업무와 연계한 학습 및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고 있다.

관련 주제에 대해서는 국장급이나 팀장급이 서포터즈로 나서 조언도 해준다.

드림팀은 'Biz Topia'(팀장 이응규·마케팅), 'Machine Top-create'(팀장 박병묵·부품소재산업), '동성로 Fantasy'(팀장 오준혁·문화), '베스트 대중교통'(팀장 김지채·교통) 등 4개팀이 구성돼 교통, 주제별로 연구를 해오고 있다.

'Biz Topia'는 3일 발표를 위해 지난달 29일 일요일임에도 전 팀원들이 나와 발표과제가 논리상의 허점이 없는지를 논의하고 의견조율을 했다. 팀원 이상이(기업지원팀) 씨는 "액션 러닝이 업무외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고 박사수준의 논문을 쓰는 과정이어서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지만 이제는 자신감도 생기고 마케팅분야에서 시정에 적용할 멋진 작품을 내놓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목(메카트로닉스팀) 'Machine Top-create' 팀원은 "처음에는 앞이 막막해 토요일에도 출근해 서로 논의를 하기도 했다."며 "현장조사를 접목시켜 과제가 연구차원을 넘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욕을 비쳤다.

도시주택본부 건축주택팀은 김종도 팀장의 주도로 지난달부터 6개 계에 모두 연구팀이 꾸려졌다. '파노라마'(도시경관), 'ArchAroma'(건축계) 등 6개 팀이 매주 목요일 오전 토론과 민원, 시민불만 사항을 연구하고 토론한다. 연말쯤에는 연구과제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책자를 만들어 업무개선안을 발표할 예정.

보건복지여성국 사무관들과 직원들도 지난달부터 'Beverage Meeting'을 만들었다. 보건·복지관련 연구보고서를 많이 낸 베버리지 연구소의 이름을 딴 모임이다. 팀원들이 주제발표를 하고 토론을 통해 현실성이 있으면 장·단기과제를 설정해 시정 접목과제를 만든다.

대구시청 한 사무관은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 한 아이디어 발굴과 발탁 인사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공무원들이 자생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있고 의욕도 넘친다."며 "연구수준을 넘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과제를 많이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액션 러닝(Action Learning)

영국 레그 레번 교수가 개발한 경영기법으로 조직에서 부딪히는 과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학습팀을 구성,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고 혁신성과를 높이기 위한 실행 프로그램. 미국 GE, 한국 삼성 등 민간기업에서 경영개선과 기업혁신의 일환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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