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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되는 화환…화훼농가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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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이나 결혼식 때 사용되는 화환들이 행사 뒤 한꺼번에 수거돼 재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상이나 결혼식 때 사용되는 화환들이 행사 뒤 한꺼번에 수거돼 재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오후 대구 동구의 한 장례식장. 발인을 마친 상주와 조문객들이 떠나자 인부 몇 명이 영안실로 들어왔다. 이들은 수북한 근조(謹弔) 화환을 나르기 시작했다. 트럭에는 이미 화환들이 가득 실려 있었고, 10여 개의 화환을 모두 수거한 이들은 황급히 차를 몰고 떠났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대구의 한 꽃시장 상가. 상가 안에는 인부 2명이 시든 꽃을 뽑거나 리본을 바꾸며 새것처럼 다시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인부는 "시든 꽃과 리본만 바꾼 뒤에 정상가보다 3, 4만 원 정도 싸게 다른 행사장에 판매한다."고 귀띔했다.

한 번 사용한 화환을 새것처럼 고쳐 파는 화환 재활용업자들이 활개치고 있다. 영안실이나 결혼식장에서 헐값에 화환을 수거한 뒤 약간의 가공을 거쳐 비싸게 되팔고 있는 것. 이 때문에 화환 판매 비중이 절대적인 화훼농가들이 큰 손해를 입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도 재활용 화환을 비싸게 사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

실제 업자들은 결혼식장 앞에 트럭을 세워놓고 기다리다가 예식이 끝나면 수거, 다른 결혼식장으로 가져 가는 방식으로 2, 3차례에 걸쳐 재활용하고 있다. 또 장례식장의 경우 화환을 모아 시든 꽃은 뽑거나 화환 2개를 결합해 새것으로 만든 뒤 유통시킨다는 것. 심지어 영안실 2층에서 사용한 화환을 이름만 바꿔 1층에서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환은 보통 8만, 9만 원선에 소매상으로 넘겨지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새것과 같은 10만~15만 원 선에 사게 된다. 한 재활용업자는 "썼던 화환으로 새 화환을 만들어 팔면 5만 원 정도 남는다."며 "재생이라고 하면 사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소매상들도 새것이라고 속여 판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피해는 소비자들과 화훼 농민들의 몫이다. 소비자들은 제값을 내고서도 헌 화환을 사는 셈이며 재활용 화환이 판치면서 꽃 판매량이 줄고 값도 크게 떨어져 화훼농가들이 타격을 입는 것. (사)한국화훼협회 박명수 대구지회장은 "재활용 화환에 의한 농가들의 손해는 직접적으로 눈에 드러나진 않지만 피해규모는 엄청나다."며 "특히 상가 등 장례식장에서 나오는 화환의 재활용을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훼업계에서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재활용이 음성적인데다 장례식장과 예식장 측이 협조를 해주지 않는 한 화환 반출을 뿌리뽑기가 힘들다는 것. 이 때문에 '분리형 화환'까지 등장했다. 특허를 받고 2004년 농림부의 '화훼아이디어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한 이 분리형 화환은 식물이나 꽃으로 장식한 것으로 3단 분리가 가능하다. 이 업체 배모 대표는 "극성을 부리고 있는 화환 재활용의 부조리를 해결하고 소비자와 화훼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사용한 뒤 분리하면 답례품으로 나눠줄 수 있고 묘소주변을 장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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