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구예술영재교육원 교정에서 만난 이재준(44) 음악감독은 덥수룩한 수염이 미안하다며 머쓱해했다. 큰 키에 마른 몸매, 은테 안경을 쓴 이 감독은 언뜻 날카로워 보이는 첫인상과는 달리 소탈한 웃음과 활달한 몸짓을 섞어가며 영재원 자랑을 했다. 2005년 10월 영재원 개원과 함께 음악감독으로 초빙된 그는 현재 영재원 학생들로 구성된 유스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고 있다.
그는 계명대학교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거쳐 미국 USC(남가주대학) 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한 후 줄곧 해외에서 지휘활동을 해 왔다. 현재도 쿠바 국립예술대학 초빙교수와 쿠바 국립오페라단 음악감독을 맡아 대륙을 오가면서 바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설립을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2004년 남미에서 열린 한 청소년 음악회에 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어요. 어린 학생들이 뛰어난 기량의 합주실력을 갖추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국가 차원에서 어릴때부터 꾸준한 음악 교육을 하고 있더군요. 예술은 국력과는 별개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죠."
이 감독은 문화부 등에서 대구영재교육원을 벤치마킹하려고 하고 있지만 비슷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한 수준의 강사진과 교육청의 전폭적인 지원은 따라 하기 어렵다는 것.
"음악이란 커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교육받아야 세계적인 연주자가 될 수 있지요. 재능은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어린 예술가들에게 영재원은 꿈으로 다가가는 티켓이에요."
영재원 학생들에게는 프로 수준의 엄격함을 주문한다. 매번 신입생 선발시험에서 기존 학생들이 함께 시험을 치르게 하는 이유도 끊임없이 실력을 갈고 닦도록 주지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아이들의 합주 실력이 크게 향상됐어요. 다른 곳에서 접하기 힘든 음악이론 수업이나 마스터 클래스가 특히 인기가 좋아요. 또 개인적 성향이 강한 음악 영재들이 이곳에서 또래나 선배들과 어울리면서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내년과 그 이듬해 있을 스페인, 호주 초청 연주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앞으로 국내·외 통틀어 연간 4, 5회 연주회를 가질 계획이라는 이 감독은 이런 경험들이 학생들을 음악적으로 성숙하게 하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영재원은 대구 음악 교육의 수준을 한층 높일 것입니다. 해가 갈수록 재학생이나 신입생 모두 그 수준을 높여갈 것입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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