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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귀 씻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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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헐뜯는 가십(gossip)은 살인보다 무섭다. 살인은 한 사람만을 죽이지만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이기 때문이다. 즉 험담한 자와 그 험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 그리고 그 험담을 막지 않고 들은 자, 이렇게 多衆(다중) 살인을 한 셈이다.' 유대민족 5천년의 정신적 지주이자 생활규범인 '탈무드'에서는 험담을 이렇게 설파하고 있다.

바야흐로 大選(대선)의 계절이 다가왔다. 험담이 난무하는 계절이다. 대통령은 선거 중립을 위반할 정도의 위험 발언을 예사로 늘어놓고 있다. 같은 당의 경선 주자들은 서로 'X파일'을 터뜨리겠다며 흠집 잡기에 혈안이다. 사실을 폭로하겠다던 한 국회의원은 시간이 임박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었다. 집안 싸움이 커지자 당 대표는 '소나무 재선충 같은 암적 존재'를 솎아내겠다고 야단이다.

사람이 입은 하나인데 귀가 둘인 것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2배로 하라는 뜻이거늘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특히 권력자나 가진 자는 자기를 강변하는 아집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선거철. 또 국민은 그 지긋지긋한 소음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고 있다. "어디 말 아끼는 후보 없나, 무조건 찍어 주게…"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험담이 얼마나 용서받기 어려운지는 다시 '탈무드'를 보면 된다. 어떤 사람이 모함하는 말을 하여 남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으면 그를 찾아가 사과할 수 있다. 그런데 상대방이 이에 응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을까. 이런 경우 유대인들은 "도리에 어긋나는 말을 하여 체면을 손상시켜 그에게 사과하러 갔으나 그가 용서하지 않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는데 여러분은 이런 경우 내 잘못을 용서해 줄 수 있습니까"하고 열 사람에게 물어서 열 명이 모두 용서를 해준다면 그 사람은 용서받을 수 있다고 한다. 만약 모욕을 당한 상대가 죽었을 경우에는 열 명의 사람을 그의 무덤 앞에 데리고 가 무덤을 향해 그 사람들 앞에서 용서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못박고 있다.

'대선의 계절'이 '험담의 계절'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옛날 중국 요임금 때 허유(許由)는 임금이 그를 가까이 두고 싶어한다는 소식을 듣고 潁水(영수)에서 귀를 씻었다. 하나 요즘은 오염이 심해 씻을 강물조차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yzoot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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