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과학자학회지는 올해 초에 '지구 운명의 날 시계'를 자정 7분 전에서 5분 전으로 2분 앞당겼다. 그 동안 이 시계 바늘은 주로 전쟁이나 군비경쟁과 관련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조정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시계 바늘을 앞당겨 놓은 이유의 하나였다. 기후변화가 지구의 종말을 앞당기는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위원회(IPCC)'가 올 초 발표한 보고서는 "지구온난화가 인간 활동의 결과이며, 이대로 진행되면 금세기 중에 세계 각국이 심각한 자연재해를 겪을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 6일 독일 하일리겐담에서 열린 G8 정상회의의 주의제에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포함됐다. 유엔 글로벌 컴팩트나 유엔환경계획 금융부문(UNEP FI) 등 지속가능 관련 국제기구들도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실행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앞으로 지구환경은 물론 세계경제와 국제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선진국들은 이른바 '환경 주도권(Green Initiative)' 잡기에 앞 다투어 나서고 있다.
EU의 경우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 감축하고,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태양열, 풍력, 수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현재의 7%에서 2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2020년까지 수송부문의 바이오 연료 사용 비율을 10% 수준으로 확대키로 했다. 석탄을 태우고 철강을 생산하며 성장한 유럽이 '탄소의 과거'를 묻어버리고 '저탄소 미래'의 길을 닦고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23.5%를 내뿜고 있는 미국도 지난 4반세기 동안 고수해온 자동차 연비효율 기준을 상향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일찍이 공해 문제를 겪은 일본의 기업들은 환경보전을 위한 투자와 비용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까지 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환경 관련 비즈니스가 새롭게 창출되고 있다. 1997년에 체결된 교토의정서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탄소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했다. 2006년에 약 300억 달러였던 배출권 시장 규모가 2010년에는 1천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교토의정서를 거부하면서도 돈이 될 듯하자 시카고의 기후거래소에서 탄소거래를 하고 있고, 미국을 제치고 최대 배출국이 된 중국은 전 세계 배출권의 60%를 팔아 떼돈을 벌고 있다.
물과 공기를 사고파는 '물펀드'나 '공기펀드'와 같은 봉이 김선달식 에코펀드가 국내외에서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이들 에코펀드는 여타 펀드의 평균수익률을 훨씬 웃돌고 있고, 돈이 몰리고 있다.
GE의 CEO인 제프리 이멜트는 취임하자마자 환경과 상상력을 결합한 '이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을 선포하였다. 수익 창출과 환경보전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자는 GE의 친환경전략이다. 어느 나라 어느 기업을 불문하고 환경문제를 간과하고는 성장과 발전의 모멘텀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
친환경 발전전략이야말로 첨단 솔라시티를 표방하는 대구와, 환경농업을 실현해야 하고 신재생 에너지벨트를 조성 중인 경북의 입지적 특성과 미래 비전에 꼭 들어맞는다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구시가 신서동 혁신도시를 '솔라시티'로 건설하고,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환경대회'로 치르기로 한 것은 참 바람직스럽다. 2013년 '세계에너지협의회 총회'까지 대구에 유치할 수 있다면 세계적인 환경도시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시민 모두가 지역의 환경 지킴이가 되고, 지자체와 환경단체, 그리고 지역 기업이 함께 지혜를 모음으로써, 우리 대구 경북을 그 어느 지역보다 풍요롭고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환경은 기후변화의 재앙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성장동력을 제공하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화언 대구은행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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