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장마가 겹치면서 학습의욕을 상실하고 무력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는 수험생이 많다. 지금 시점에서 수험생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더위나 졸음이 아니다. 1학기가 끝나가고 있는데도 기대만큼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 데서 오는 자신감 상실과 좌절감에 힘들어하고 있다. 심리적 안정과 자신감을 잃은 상태로는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생산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이럴 때 주변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수험생 자신도 혼자 끙끙 앓기만 할 게 아니라 주위에서 조언과 충고를 구하며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무기력에서 벗어나 안정과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본다.
▶ 만성피로
한 고3 담당교사는 "해마다 7, 8월이면 수험생의 절반 가까이가 입시 레이스에서 사실상 탈락한다."고 말했다. 성적이 어느 정도 나오는 학생은 그럭저럭 참고 견디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하루하루를 힘들어한다는 것. 그는 "혈기왕성한 학생들이라고 피로를 느끼지 않는 게 아니다."며 "지금이야말로 부모와 담임 교사의 관심과 상담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담임 교사는 학생과 함께 생활 전반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보고 만성피로의 증세가 있으면 주중에 하루 정도는 일찍 집에 가서 푹 쉬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어느 학부모는 아들이 고3 때 가장 신경을 써서 챙겨 준 부분이 잠이라고 말한다. 가능하면 일찍 잠자리에 들게 하고 아이 방에 불이 꺼진 것을 확인한 뒤에야 자신도 잠자리에 들었다는 것이다. 체력이 아무리 좋은 학생이라도 하루 6시간 정도 자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만성피로로 이어지고 만성피로는 학습의 생산성 저하는 물론 의욕과 자신감의 상실로 이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라
수험생은 오로지 공부만 해야 하는 것일까. 아직도 고3생이나 재수생들에게 공부만 강요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그런 사람들은 휴식과 놀이의 생산성을 체험해보지 못한 이들이다.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잘 논다는 사실도 믿으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오래 앉아 있는 학생보다 집중력이 뛰어난 학생들의 성적이 대체로 낫다. 지적인 유연성과 탄력성이 중시되는 수능시험은 더욱 그렇다. 토·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공부를 하는데도 잘 노는 학생보다 성적이 안 좋은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왜 그럴까? 일주일 내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학생은 공부를 할 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공부 외적인 취미나 건전한 오락에 몰두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고 어떤 일에 더욱 몰두할 수가 있다. 주말 한나절 정도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나 비디오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컴퓨터 오락 등을 즐기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좋다.
▶ 주말에 운동이나 짧은 여행을
수험생이 너무 지쳐 아무런 의욕도 없는 무기력 상태에 빠져 있다면 주말에 산이나 바다로 짧은 여행을 하게 하면 좋을 것이다. 가족이 함께 가도 좋고 혼자 보내도 무방하다. 자신을 정리하면서 기분을 전환하고 새로운 활력을 얻는 데 여행만큼 좋은 것도 드물다.
지금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돈을 공부에 바치고 있지만 투자에 비해 생산성은 형편없이 떨어진다. 어느 한쪽으로만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 때문에 사고도 편협하고 융통성도 없고 결정적인 순간에 위기관리 능력도 없다. 한 국어 교사는 언어영역 때문에 고민하는 수험생들이라면 주말 산에 오를 것을 권했다. 산에 올라가 맑은 공기를 마시며 멀리 들판을 바라보고 심호흡을 하는 것이 하루 종일 교실에서 언어영역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 성적을 더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정 시간 책에 몰두했다면 그만큼의 빈 시간이 있어야 습득한 지식이 자기 것으로 머릿속에서 제대로 정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숲과 나무를 번갈아 보아야 사고의 폭과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치와 같다.
또한 적절한 육체적 활동을 할 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가장 잘 해소된다. 특히 젊을수록 그에 맞는 운동을 해야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다. 모의고사와 같은 시험을 치를 때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조여드는 증세를 심하게 느끼는 학생은 그 원인이 운동부족인 경우가 많다. 수능시험의 최종 승부는 마지막 한두 달에 결정된다. 이때 체력은 승패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 위기감 조성 대신 칭찬과 격려를
부모님이나 담임 교사는 수험생이 힘들어할 때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어려워하는 학생에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심한 잔소리와 간섭은 학생을 소심하게 만들며, 이런 학생은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하기가 쉽다. 극성스런 부모는 모의고사 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가만히 지켜보지 못하고 수험생보다 더 불안해하며 성적이 오를 때까지 계속 잔소리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수험생은 심리적으로 안정을 얻지 못하고 늘 불안해하며 결국은 매사에 자신감을 잃게 된다. 위기의식을 조장하는 것은 수험생으로 하여금 일시적으로 긴장하게 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잠재능력을 사장시키고 영혼을 병들게 한다.
슬럼프에 빠진 학생에게는 격려의 말과 애정 어린 상담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신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른이나 아이나 칭찬과 격려를 받을 때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되고 피로를 잊게 된다. 천재를 만드는 최고의 비법은 칭찬과 격려라는 사실은 입시를 앞둔 수험생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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