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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포도 잎을 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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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포도밭이 점점 더 푸르러지고 있구나.

포도 줄기는 이제 곧 열매를 매달고 가을을 기다리겠지.

포도밭을 바라보노라니 문득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구나.

한 사슴이 사냥꾼에게 쫓기고 있었어. 아무리 달려도 사냥꾼은 말을 타고 금방 쫓아왔어.

이리저리 쫓기던 사슴은 잎이 무성한 포도 줄기를 발견하게 되었지.

"옳지, 저 포도 줄기 뒤에 숨어야겠구나."

이 사슴은 얼른 그 포도 줄기 뒤로 몸을 숨겼단다.

사슴의 가슴은 몹시 쿵덕거렸어. 금방이라도 사냥꾼이 포도 잎을 열어젖힐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지.

그래서 사슴은 넓은 포도 잎 뒤에 더욱 바짝 붙어서 몸을 감추었어.

"에이, 곧 잡을 것 같았는데 놓치고 말았군."

사냥꾼은 포도밭 앞에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는 그만 지나치고 말았어.

그 때였어.

사냥꾼이 지나갔다고 생각한 사슴은 포도 줄기를 보고 중얼거렸지.

"사냥꾼에게 쫓기느라 계속 달렸더니 배가 고프군. 네 잎을 좀 뜯어먹어야겠다."

사슴은 자기를 숨겨준 포도 잎을 뜯어먹기 시작했어.

그러자 사냥꾼이 돌아섰지.

'어디서 무얼 뜯어먹는 소리가 들리는데?'

얘야, 그 사슴은 어떻게 되었을 것 같니?

그래, 그 사슴은 그만 사냥꾼에게 붙잡히고 말았단다.

이런 경우를 가리켜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한단다. 무슨 뜻이냐고?

그건 네가 사전을 찾아서 조사해 봐야지.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 것 같니? 이 말은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라는 뜻이란다. 그러니까 함께 있어야 할 것이 떨어져 있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지.

옛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의 일이란다. 진(晉)나라 헌공은 이웃나라를 차례로 정복할 야심을 품고 우(虞)나라 우공에게 괵나라로 가는 길을 허락해줄 것을 요청했단다. 그러자 우나라의 명신 궁지기(宮之寄)는 헌공의 속셈을 알고 우왕에게 간언했대.

"옛 속담에 '바퀴의 덮개나무와 수레는 서로 의지하고(輔車相依),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고 했습니다. 우리와 괵나라는 이웃에 있으므로 한몸이나 다름없습니다. 만약 괵나라가 망하면 우리도 망할 것이옵니다. 그러니 결코 길을 빌려주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뇌물에 눈이 어두워진 우왕은 "진과 우리는 같은 조상을 모시고 있는 나라인데 어찌 우리를 해칠 리가 있겠소?"라며 듣지 않았대.

그러자 궁지기는 후환이 두려워 "우나라는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는 가족과 함께 우나라를 떠났단다.

과연 진나라는 궁지기의 예견대로 괵나라를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도 정복하고 우왕을 사로잡았다는 구나.

어떠냐? 우왕은 자신을 숨겨준 포도잎을 따먹은 사슴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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