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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이 흐르는 풍경)산신령님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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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그것참…….'

비로봉 중턱의 큰 소나무 가지 위에 서서 산 아래를 굽어보던 산신령님은 이마에 내천 자를 깊게 파며 맨입에 청량고추 씹은 소리만 한숨에 섞어 뱉고 계십니다. 사방팔방 둘러보아도 마음 놓이는 풍경 하나 없고 귀에 쟁쟁 들려오는 것이 산 식구들의 한숨 소리뿐이니 심기가 매우 불편할 따름입니다.

몇 년 전, 순환도로 공사가 시작되면서 산 식구들의 신음 소리도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툴툴툴 검은 연기를 뿜어대며 포클레인이 떼 지어 몰려와 산허리 속살을 파헤치고, 폭약을 터뜨리는 소리가 쩡쩡 온 산을 들쑤시기 시작하면서 나무들이 비칠거리고, 새들이 하늘에서 곤두박질쳤습니다.

공사가 끝나 검은 아스팔트 띠가 굽이굽이 산허리를 휘감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너도나도 차를 몰고 뿡뿡 매연을 뿜어대며 몰려들어 빵빵 경적을 울려댔습니다. 사람 끓는 곳에 돈이 돈다고 몰려드는 사람들의 발길따라 이번에는 토종닭집, 통돼지바베큐집, 복돼지삽겹살집, 유황오리구이집, 개고기진국집, 꿩고기샤브샤브집, 정력토룡진탕집…들이 우후죽순처럼 길가에 무성하게 돋아나 지글지글 기름 타는 냄새를 풍겨대더니 또 이 냄새를 맡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리고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의 행렬은 더욱 길게 이어졌습니다.

- 자동차가 팽팽 달리니 도대체 어지러워 못 견디겠어요.

- 어제도 타박솔 아래 사는 너구리네 식구가 먹이를 구하러 길을 건너다 달리는 자동차에 치여 현장에서 즉사를 했답니다.

- 올봄, 새순을 모조리 뜯긴 두릅나무는 눈이 멀어 울고 있어요.

- 꿩서방네 어미까투리는 올해 들어 알을 한 개도 낳지 못했어요.

- 자동차 경적 소리에 놀란 나뭇가지를 타던 다람쥐가 바위에 떨어져 뇌를 다쳤어요.

- 신령님, 어떻게 좀 해 보이소. 이러다간 다 죽어나가겠어요.

하늘만 믿고 제각기 제자리에서 착하게 살아가던 망개나무, 생강나무, 소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개옻나무…금강초롱꽃, 금낭화, 엉겅퀴, 고마리, 참나리…유리창팔랑나비, 황태감탕벌, 사슴벌레…직박구리, 딱따구리, 휘바람새, 수리부엉이…수달, 사향노루, 너구리, 구렁이, 하늘다람쥐…들이 차례대로 나서서 산신령님께 애원해보지만 신령님도 별 뾰족한 도리가 없는지 부석부석한 수염만 매만집니다.

그것 참, 이 일을 어쩌누…….

김동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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