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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단상] 중고인생 할부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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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돈도 없는 녀석이 주제넘게 새 차는 무슨!" J는 K의 신차 구입에 불만이 많습니다. 그 동안 J의 중고트럭이 우리집단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는데 그 위상이 소멸된 것입니다. K는 반격의 일침으로 정리합니다. "오늘부로 나 K는 중고인생에 대한 기생생활을 끝내는 도다."

발끈한 J,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중고인생? 돼먹지 못한 할부인생보다는 낫다."

옥신각신 티격태격하는 두 남자는 뱀띠 음력 12월 22일, 24일 생입니다. 평소 견원지간처럼 으르렁거립니다. 집 나와 홀로 기거하는 처지, 직선거리 100m도 채 되지 않는 곳에 이웃하면서도 끼니조차 함께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공통분모 L이 찾아와 접선을 하더라도 시작부터 어긋납니다. "모처럼 만인데 회 한 접시하자" "날씨 궂은데 회는! 삼겹살에 소주나 한잔하지"

얼핏 보면 둘은 흡사 쌍둥이입니다. 집나온 독신총각, 겨울 뱀띠, 막내, 청소 싫어함, 주량 약함, 애연가, 애인 없음, 돈 없음, 나름대로 뭔가 열심히 함, 착함, 순진함 등의 단어에 함께 꿰어집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전혀 다른 둘입니다. 잠을 이기지 못하는 J는 기상을 위해 자명종 3개가 필요합니다. 머리맡, 옷장 안, 옷장 위에 배치된 시계를 5분 간격으로 울리게 하고는 비몽사몽간 술래잡기를 하면서 잠을 깨웁니다. K는 자명종이 필요 없습니다.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일어나는 인간 자명종입니다. 강아지를 닮았는지 조그만 소리에도 벌떡 일어납니다.

상호 거처방문을 싫어하는 두 남자, 청소하지 않고 사는 서로를 평가합니다. "너무 지저분하다" 그러나 양자 간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J는 잡동사니들을 몽땅 요위에 얹어 놓습니다. K는 깔고 앉은 요 밖으로 잡동사니들을 밀어 놓습니다. "너는 어째 네 몸뚱이 하나밖에 모르냐?" K가 응수합니다. "네 몸뚱이 하나라도 잘 간수해라" 큰 것 한방으로 인생 승부를 걸겠다고 고시준비에 몰두하던 K, 조금씩 저축하는 것이 왕도라던 J의 이야기는 영원히 평행궤적에서 맴을 돕니다.

며칠 전 풀죽은 J를 만났습니다. "사는 게 재미도 별로 없고…, K 그놈 소식 들었나? 살아 있겠지?" 간절한 그리움이 비칩니다. 어느 날 갑자기 K가 사라진 것입니다. J와 L의 결혼, 총각집단의 해체로 K는 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모든 통신 수단을 단절하고 자취를 감춘 것입니다. 혹시나 하고 기다린 세월이 벌써 몇 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서야 K의 부재를 실감한다는 J, "하루라도 부딪치지 않으면 몸에 가시가 돋았는데…. 할부인생 나타나면 내가졌다고 말해줄까?"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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